박근혜 대통령(사진)이 지난 4일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로 마비상태에 빠진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거듭 고개를 숙이고 검찰 수사 수용 의지를 밝히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최씨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의혹 전반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2선 후퇴를 비롯한 권력 내려놓기 의지 표명이 없어 성난 민심과 혼란에 빠진 정국을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했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지난달 25일 대국민사과를 한 데 이어 열흘 만에 국민들 앞에 다시 나선 것이다. 이번 담화는 최씨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사과(10월25일)와 청와대 참모진 개편(10월30일 및 11월3일),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11월2일) 등에 이어 종합적인 정국 수습책을 제시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박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이 모든 사태는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이다. 저의 큰 책임을 가슴 깊이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앞에 재차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특히 자신에게 집중된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를 수용할 것임은 물론, 야당이 주장 중인 특검 수용 의사까지 밝혔다. 박 대통령은 "저는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데 있어서 최대한 협조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에 엄정한 수사도 당부하면서 "어느 누구라도 이번 수사를 통해 잘못이 드러나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할 것이며 저 역시도 모든 책임을 질 각오가 돼 있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최씨 사태와 관련해 다시 고개를 숙이고 검찰 수사도 수용한 것은 첫 사과 이후에도 관련 의혹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면서 '탄핵'이나 '하야' 주장이 나오는 등 민심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또 "과거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연설문이나 홍보물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던 지난번 대국민사과보다는 더 자세히 최씨와 관계를 맺게 된 지난 사정에 대해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홀로 살면서 챙겨야 할 여러 개인사들을 도와줄 사람조차 마땅치 않아서 오랜 인연을 갖고 있었던 최순실 씨로부터 도움을 받게 됐고 왕래하게 됐다"며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주었기 때문에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던 것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무엇으로도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드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면서도 "제가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거나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여야 대표님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국민 여러분과 국회의 요구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며 여야 영수회담 추진 의지도 밝혔다. 하지만 이날 대국민담화가 혼돈에 빠진 정국을 수습하고 민심을 달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인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