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국들에게 '안보 무임승차론'을 강하게 제기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9일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국방정책 전반에 걸쳐 일정부분 궤도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를 외치고 있는 트럼프는 군사부문에 있어 끊임없이 미국의 역할 축소 의사를 강조해왔다. 전 세계와의 동맹관계가 균형적이지 못하다는 인식아래 현재의 관계를 유지하려면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것이 트럼프의 주장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지난 5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주한미군의 인적비용을 100% 부담하는 것이 왜 안되느냐"고 반문, 방위비 전액부담을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1차 TV토론에서는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일본과 한국을 방어하는데 그들은 우리에게 (충분한) 돈을 안 낸다"며 거듭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 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지난 2014년 이뤄진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약 9200억원의 분담금을 지불했다. 물가상승률에 따라 연동돼 협정이 만료되는 2018년이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방위비 분담 협정을 새로 시작하게 되는데 어떤 식으로든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돈 낸 만큼만 제공하겠다'는 트럼프의 철저히 계산적 입장에는 사업가 출신이라는 배경도 한 몫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방위비 분담을 늘리지 않는다면 주한미군도 철수할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도 사업가적 마인드가 아니라면 나오기 힘든 논리라는 평가다. 트럼프는 또 방위비 분담과 연계해 스스로의 방어력을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의 독자적 핵무장을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이에 따라 점증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전술핵 재배치' 등을 주장한 국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일관성 있는 안보정책을 보이지 않아왔다는 점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하에서 다른 핵보유국의 반대와 중국의 반발이 심할 경우 없던 일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한편 북한은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데 대해 당장 이렇다 할 반응을 나타내진 않았지만 내심으로 반기고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경우 오바마 정부 1기 국무부 장관을 지냈다는 점과 함께 북핵 포기와 제재 등 기존의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트럼프 후보의 경우 정책 부재나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오히려 그게 북한으로선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새로운 트럼프 정부와는 북한 핵문제와 북미 관계를 놓고 대화로 풀어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전망하고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북한 문제에 대해 확실한 정책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백지상태에서 새로운 판을 짜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북한은 트럼프가 다소 오락가락하지만, 대화 가능성이 클린턴 측보다 더 크고, 또 한미 관계는 물론 미중, 미일 관계 등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환경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내심 트럼프가 되기를 바랐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북제재 등에 있어서 지금의 공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북한으로선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