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는 조작되고 있다. 진실은 내가 승리한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과연 뭔가를 알고 위와 같은 말을 한 것일까.  여론조사 조작론을 주장했던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미국 내에서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다. 대다수 여론조사들이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를 점쳤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85%로 클린턴의 당선을 내다봤고, 미국의 족집게 선거 분석가 네이트 실버 역시 파이브서티에이트(538)에서 66.9%로 클린턴의 승리를 예상했다. 허핑턴포스트는 무려 98.3%, 프린스턴대학의 선거연구소가 내다본 클린턴의 당선 확률은 99%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론조사는 조작"이고 "승리자는 나"라고 말해 비웃음을 샀던 트럼프의 발언이 이제는 현실이 됐다.  이번 미국 대선 결과는 클린턴에게도, 여론조사 전문가·분석가에게도 부끄러운 좌절의 시간이 될 전망이다. 뭐가 잘못된 걸까. 폴리티코, USA투데이, GQ 등 외신들이 다각도에서 분석했다. ■여성 대통령은 아직인가 GQ는 미국인들이 아직 여성 대통령을 맞을 준비가 안 됐다고 봤다. 클린턴은 주요 정당에서 나온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 후보다. 여성 대통령이라는 개념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유권자들은 여론조사에서는 클린턴을 지지한다고 밝혔다가도 막상 투표소에서는 마음을 바꿨을 수 있다. 특히 다른 사람들에게 혹은 스스로에게 '클린턴이 여자라서 불편하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려워 클린턴에 긍정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지지자는 왜 '샤이(shy)'했을까 여론조사와 대선 개표 결과가 다르게 나온 이유는 이른바 '샤이 트럼프(shy Trump)'로 불리는 소극적인 트럼프 지지자의 힘 때문일 수 있다. 바로 트럼프가 주장했던 '침묵의 다수'다. 트럼프의 당선을 꾸준히 예측했던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의 아리 캅테인 연구소장은 "클린턴을 지지하는 사람이 더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는 트럼프가 인종차별 주의자에 여성 혐오자, 성차별자로 공공연히 낙인찍혀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하면 쏟아지는 곱지 않은 시선에 여론조사에서도 이를 숨겼을 수 있다. 비영리단체 어메리칸 머조리티(American Majority)를 이끄는 네드 라이언은 "피조사자가 조사원에게 완전히 정직할 것이라는 착각이 여론조사의 가장 큰 맹점"이라고 지적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