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시민이 서울광장에 모였다. 그리고 촛불을 들었다. 이유는 하나다. 국정을 어지럽힌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기 위해서다. 100만명이라면 경주 총인구의 4배다. 이 군중은 이한열 열사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군사정권에 항거하기 위한 6·10 항쟁 이후로 가장 많은 숫자다. 그리고 21세기 들어 미국산 쇠고기 파동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이 엄중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청와대는 "국민의 목소리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모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의 힘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한 사람의 최고 책임자가 국가를 경영해 나가는 듯하지만 결국 국민의 중지가 모아져야만 국정이 제대로 돌아간다. 대통령은 이미 국가를 대표하는 자격을 상실했다. 5%의 지지율을 보이는 대통령은 이미 식물 대통령이 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 정상화'를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고집을 피우고 있다. 국민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자신의 전매품인 '불통'은 여전하다. 이번 국민들의 촛불시위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였다. 외신도 감탄을 했다. 100만 군중이 모였어도 사고가 없었고 시위가 끝나고 100만 군중이 흩어진 서울광장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깨끗하고 조용해졌다. 시민들의 의식은 이렇게 성숙해졌는데 아직 청와대와 새누리당 지도부는 요지부동이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모르쇠로 버티고 있다. 그렇게 자주 등장하던 친박 핵심세력은 어디에 숨었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바를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엄중하게 인식한다'는 말장난만 하면 안 된다. 국정이 정상화 되려면 국민이 원하는 바대로 가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단합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을 동력을 확보한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계속돼야 하며 대통령은 일시에 국민이 나라의 경영을 맡긴 이에 불과하다. 국민이 그 경영자가 자격이 없다고 떠나라면 떠나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대한민국은 대통령 개인의 나라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나라다. 국민이 경영자다. 이상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