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청첩장 하나를 받았다. 예전에는 쌓이던 청첩장이 어느 순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물건이 되었다. 그것을 꺼내들면 자연스레 '작약(芍藥)'이 떠오르곤 했다. 이 한겨울 한파에 작약이 떠오르는 건 우리나라 상황과 대비되는 그 무언가를 찾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작약은 '함박꽃'이라고도 불리는 꽃이다. 그 이름이 예쁘고 사랑스러워 결혼식 때 부케로 많이 사용한다. 꽃말이 '수줍음'이라고 하니 결혼식의 부케로 사용하기에는 적당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작약은 꽃이 매우 아름답고, 다양한 색을 가져 중국에서는 'love flower'이라는 이름이 있다고 한다. 또한 작약에 관련된 아름답고 애틋한 전설이 하나 있다. 중국 사천성에 한 선비가 홀로 살고 있었는데 만나는 사람도 없이 하루 종일 책이나 읽고 지내니 적적하기 그지없었다. 매일같이 대하는 것이 책이고, 가끔 뜰에 나가 작약을 보는 것이 고작이던 어느 날, 그의 집에 미모의 처녀가 찾아왔다. 그녀는 선비의 시중들기를 간청했다. 처녀는 하루 종일 집안일을 도맡아 했는데 현숙(賢淑)한데다 교양도 있고 글재주도 있어 어느새 선비의 말동무가 되었다. 그렇게 처녀와 밀월같이 달콤한 생활을 하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전부터 알고 지내던 유명한 도인이 선비를 찾아왔다. 그래서 처녀를 찾아 인사를 시키려는데 아무리 찾아도 기척이 없었다. 선비는 처녀를 찾아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담벼락에 몸이 스며든 채 얼굴만 내민 그녀를 만났다. 처녀의 말이 자신은 작약의 화정(花精)인데 선비를 흠모해 오래 모시려 했으나 도인이 와서 정체를 간파당해 숨게 되었노라고 했다. 이제는 더 이상 인간세상에서 선비와의 인연을 지속할 수가 없게 되었다면서 서서히 얼굴이 담벼락 안으로 들어가더니 종내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선비는 망연자실하니 있다가 그 후 수년을 넋을 잃은 이처럼 지냈다한다. 한의학에서 작약의 뿌리를 약용한다. 동의보감에 보면 "몸이 저리고 쑤시고 아픈 것을 낫게 하고 혈맥을 잘 통하게 하며 일체의 여성 병과 산전 산후 제병에 쓴다"고 전하고 있다. 즉, 우리 몸속에 어혈을 풀어주고 혈맥을 잘 통하게 하여 속을 완화시키고 옹종(癰腫)을 삭게 하여 복통을 멈추고 고름도 삭이며 여자의 모든 병과 산전 산후의 모든 병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약은 여성 질환 치료에 빠지지 않는 한약재이다. 얼마 전 대추밭백한의원과 부산대학교 한의과대학은 '다당류를 제거한 작약 추출물을 유효성분으로 함유하는 임신촉진용 조성물'에 관한 공동 연구를 하여 특허를 얻은 바도 있다. 작년 12월 29일 행정자치부는 '대한민국 출산지도'를 작성해 공개했다. 의도는 저출산 극복 프로젝트의 일환이었지만 비난 여론이 강하게 일자 공개 하루 만에 이를 폐쇄했다. 저출산을 넘어 '비출산'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지금, 저출산의 원인을 임신하지 않는 가임여성에게 씌우려 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여성이 애 낳는 기계인가", "여성이 공공재냐"는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저출산과 함께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결포자'라 불리는 결혼을 포기하거나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젊은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는 스스로도 책임질 수 없는 현실에서 반려자와 아이는 그들의 삶을 더욱 무겁게 하는 존재일 뿐일 것이다. 사회는 아이들을 키우고, 여성들이 행복한 출산과 육아를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love flower'라는 작약처럼 여성들의 어혈(瘀血)이 풀리지 않을까 싶다. 작약이 곳곳에 펼쳐지는 날이 오길, 거리에 아이들이 뛰노는 날이 오길. 이것이 나에게 작약과 저출산이 오버랩되는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