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국가와 축구를 할 때면 가장 답답한 것이 '침대축구'다. 스코어에서 자기들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서면 어김없이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시간을 끈다. 살짝 부딪혔을 뿐인데도 다리라도 부러진 것처럼 경기장에 데굴데굴 구르면서 최소한 1~2분의 시간을 허비한다. 그러다가 벌떡 일어나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멀쩡하게 달린다. 그럴 때마다 경기를 바라보는 관중이나 TV를 시청하는 사람들은 속에 천불이 난다. 상대 국가의 선수들은 당황하고 조급해져서 결국 경기를 망치고 만다. 전형적인 중동국가들의 '침대축구'가 근절되지 않는 데는 이를 제재할 마땅한 규칙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 헌재에 회부돼 심리 중인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대통령측 대리인단의 시간끌기로 국민들의 답답증을 부추기고 있다. 무더기 증인 신청과 대리인단 총사퇴 등의 너무나 뻔한 짓들을 하면서 헌재 재판관들 2명의 임기 마감을 기다리는 모양새다. 일국의 대통령은 설날 전 기습적으로 보수 언론인이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논리에 맞지 않는 변명만 해댔다. 일국의 대통령이 공중파와 종편을 놔두고 인터넷 매체를 택한 것부터 미스터리한 문제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대통령의 행위를 두고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 태극기 부대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이 같은 모습을 보고 '침대축구'를 연상하고 있다. 당초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졌을 때 국민들에게 사과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고 자신을 지지하는 일부 모임의 태극기 시위에 힘입어 태도를 바꾼 것이다. 이제 구실만 있으면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경지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드러누울 심산이다. 국민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태의 진위 여부를 다 알고 있다. 만약 헌재에서 기각이 된다 하더라도 다시 국정에 복귀해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을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미 대통령은 국민들의 마음에서 탄핵 당했다. 더 이상 드러누워 시간을 끄는 어리석은 행위는 그만둬야 한다. 이상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