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카트만두 구시가지 한가운데 '아산초크'라는 시장 거리가 있다. 오랜 세월 네왈족이 자신들의 삶의 방식대로 살아가면서 왕궁에 이르는 골목길에 사원도 세우고 시장도 펼쳐 자연스러운 왕경을 이뤘다. 카트만두의 여행자 골목인 타멜거리에서 왕궁으로 가는 길목에는 400년 좌우된 목조 건물들이 마치 노천 박물관처럼 늘어서 있고 골목을 구비 돌 때마다 크고 작은 사원들이 나타난다. 그러다가 자그마한 광장에 나타나면 그곳에 '아산초크'다. 길바닥이나 나무상자 위에 채소나 향신료, 씨앗과 조악한 생활용품을 늘여놓고 사고파는 전통시장인 '아산초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장 중 하나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 시장 주변에는 제법 규모가 큰 힌두사원이 있고 시장 한복판에는 마치 로터리 역할을 하는 작은 사원도 있다. 이른 새벽 어둠이 걷히기 전부터 해가 지고 깜깜한 밤이 될 때까지 시장은 북적인다. 자연광이 사라지면 상인들은 촛불을 켠다. 왜 사람들은 이 재래시장을 없애지 않고 그대로 이용하면서 불편을 감수할까. 신시가지에 제법 번듯한 쇼핑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트만두 시민들의 사랑을 끝까지 얻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우리는 어떤가. 근대문화유산이라고 부를만한 것들은 모두 밀어버렸다. 과거 문민정부에서 민족의 얼을 세운다며 조선총독부가 거주했던 중앙청 건물을 왕창 무너뜨렸다. 스페인 민족은 무어인들의 침공 시절 만든 알함브라궁전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관광수입도 올리면서 다시는 외세의 침입을 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역사적 교훈으로 삼고 있다. 생각이 달라도 너무 심하게 다르다. 우리 주변의 재래시장은 멋대가리 없이 방치되거나 심하게 현대화 돼 버려 소비자나 상인들의 편의는 진작됐는지는 몰라도 관광이나 문화적 요소는 사라져 버렸다. 그뿐만 아니다. 과연 동해남부선 열차가 복선화되면서 경주역이 남게 될지 의문이다. 역사를 허물고 새로운 건물을 지으려는 계획을 세운다는 얘기도 있다. 우리 선조들이 살던 모습을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주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 이상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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