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대선열차에서 하차했다. 설 연휴 전부터 솔솔 피어오르던 소문이었다. 먼저 가족이 가장 극렬하게 반대하고 말렸다는 후문이다. 친인척의 비리가 터져 나오고 하강곡선을 그리는 지지도가 가장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평생 외교관으로 살다가 '정치교체'라는 단어 하나로 실물정치에 뛰어들고 보니 세상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다 '기름장어'라는 별명에 어울리지 않게 날마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을 향해 노골적인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반기문 전 총장이 UN에서 그렇게 호평을 받은 사무총장이 아니었다는 얘기는 작년부터 나온 얘기다.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자신의 발언과 실제 행동이 어긋나는가 하면 꼭 갔어야 할 위험한 현장은 쏙 빼먹고 빙빙 여론전만 펼쳤다는 비판이 여러 곳에서 터져 나왔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UN사무총장을 배출했었다는 사실 하나는 충분히 자랑스러운 일이다. 만일 반기문 전 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조국의 발전을 위해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분야인 국제관계에 백의종군해서 헌신하겠다고 선언했었더라면 정말 존경받는 원로로 남을 뻔했다. 잘했건 못했건 지난 10년 동안 쌓았던 UN사무총장의 업적을 귀국 후 3주일 만에 다 까먹은 꼴이 되어버렸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자신의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횝싸이면 자신은 틀림없이 선거에서 승리할 것 같다는 착각에 빠져들 수 있다. 반기문 전 총장이 귀국할 때 공항에 모인 군중은 마치 차기 대통령이 확실하다는 느낌을 줄만했다. 그러나 정치적 콘텐츠가 없는 외교관이 그 험한 대선 열차에 동승했으니 스스로도 얼마나 당혹스러웠고 힘들었겠는가. 이제 반기문 전 총장이 빠진 대선구도는 매우 혼란스러워졌다. 2강 구도에서 문재인 1인 독주체제가 일단 갖춰지고 있지만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출할 대통령이 누가 될지 국민들은 지금부터 현명하고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한다. 그리고 냉혹한 검증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상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