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부대 목수일 다니던 자그만 키에 나긋나긋한 왜관 아재 일년에 서너 차례 문중일 가려면 아화 장터 우리 집부터 찾는다 "형수님 잘 계셨던기요" "왜관 아즈범 오시는교" 반갑게 물국수 내어놓으면 뚝딱 비우고는 "형님 담배나 사 자시소" 슬그머니 무릎팍 아래 천원 짜리 밀어 놓고 서둘러 샘촌 십리길 나선다.  동짓달 문중회의는 기름 자르르 햇쌀밥에 툭사발이 추어탕 한 그릇 뚝딱 옹가지 남실남실 막걸리 부어 놓고 금간 바가지 띄워두면 짠지가 지맛이지 피안 할배도 송천 아재도 난오 형님도 어느새 단풍 들었나 배추쟁이 문서 다 찢어버리고 올 농사 숭년들었다 안 카나 멱살잡고 한바탕 난리벅구통 나면 잔정 많은 왜관 아재 우사스럽게 집안 끼리 와이카노 고마 됐다. 그 한마디에 그렇게 그렇게 파장이 나고. -박진형 시집 '고마 됐다'에서 세상을 편하게 해주는 경주 입말 '고마 됐다'. 이 시는 자그마한 키에 잔정이 많은 화자의 왜관 아재에 대한 재미난 시다. 길지도 않고 어려운 말이 없는 쉬운 시다, 경주 입말이 구수하고 막힘없이 시가 잘 읽힌다. 박진형 시인은 '아화'가 고향인 경주 시인이다. 이번에 경주 입말을 맛깔스럽게 사용한 '고마 됐다'라는 감동적인 시집을 냈다. 일반적으로 시의 언어는 응축되고 여백이 있는 시가 좋다고 한다. 그러나 이 시처럼 스토리가 있는 '이야기 시'는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듯 구성되어 있어 시의 구조상에도 별 무리가 없다. 점점 인정이 메말라 가는 요즈음 세상이다. 이럴수록 따스한 정이 묻어있는 인간관계의 시가 그립다. 이시에서는 왜관 아재의 묘사가 인상적이다. 물국수 내어 놓으면 뚝딱 비우고는/형님 담배나 사 자시소/슬그머니 무릎팍 아래 천원 짜리 밀어 놓고는/서둘러 샘촌 십리길 나서는 "왜관 아재" "올 농사 숭년들었다 안 카나" "우사스럽게 집안끼리 와이카노/고마 됐다" '고마 됐다' 한마디에 싸움은 그렇게 그렇게 파장이 되는 시골의 느긋한 풍경, 아직도 따스한 인정이 살아 숨 쉬는 경주. 목월의 시구처럼 '인정보다 더 귀한 것 세상에 있을락꼬' 삶에서 돈으로 계산 될 수 없는 것이 인정이다. 정이야말로 인간의 소중한 마음 자산이다.  '고마 됐다' 라는 경주 입말은 '그 정도면 됐다' 라는 남의 마음을 읽는 배려의 메시지가 담긴 말이다. 세상이 점점 각박해져 간다. 부익부 빈익빈이 고쳐지지 않은 나라. 삶은 녹록치 않지만, 이웃을 배려하고 감사하는 세상, '고마 됐다'라는 이 한편의 스토리 있는 시가 감동을 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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