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이 지구상 대부분의 나라들이 입법(立法), 사법(司法), 행정(行政)이라는 삼권분립(三權分立) 국가조직 체제를 갖추고 있다. 모든 권력이 한 사람, 전제군주로 부터 출발되던 과거와 달리, 현대 자유민주의 국가들이 삼권분립 제도를 택한 이유는, 우선 국가 권력의 주체가 군주(君主)가 아닌 국민임을 인정한 것이다.  이는 국가라는 공동체를 운영하기 위한 모든 권력은 국민에 의해 한시적(限時的)으로 특정인에게 위임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그래서 어느 누구도 그 권력을 독점하여 전횡(專橫)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그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권력구조를 살펴보면, 형식은 삼권(三權)을 분리하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권력이 특정 집단에 편중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즉, 법조인 자격을 취득한 사람들이 사법부의 권력을 독점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입법부는 물론 행정부까지도 대부분의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이로써 사실상 삼권분립의 의미 자체가 퇴색하고, 모든 권력이 특정 집단의 전유물(專有物)이 된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 국회 청문회를 보고 있노라면, 국조(國調) 질의자인 국회의원이나 피조사자인 장관 내지 정부 고위직 그리고 특검까지 대부분이 판사, 검사, 변호사 경력자들임을 알 수 있다. 모두가 같은 법조인 출신들로, 그들 집단 내에서 입법이 이루어지고, 그들이 권력을 나눈 다음, 그들이 그것을 집행하고 또 그들이 그 결과를 심판 하고 있지 않는가? 그러니까, 국가 권력의 모든 원인과 행위와 결과가 모두 같은 관문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권력은 엄격한 의미에서는 분립(分立)되지 않는다는 논리가 성립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신분 취득과 계층 상승을 위해 법조계 입문만큼 절대적인 것은 없다. 그래서 그런지 그 많은 젊은이들이 자기 전공에 불문하고 사법고시에 매달리고 있다. 학원가에 '고시원'이라는 희한한 풍속도 까지 만들어 졌다. 공대생(工大生)이라면 당연히 과학자나 기술자를 꿈꾸어야 할 것이고, 의대생(醫大生)이라면 의사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또 농대생(農大生)이라면 농업을 지향하는 것이 바른 길일 텐데, 모두가 법조인(法曹人)이 되려 한다면, 아예 다른 학과는 모두 폐지하고 법학과만 남겨 두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각 분야의 인력이 고루 필요 할 것이다. 그런데 좀 생산적인 일은 모두가 기피하고, 어떤 면에서 가장 비생산적일 수도 있다. 그 수요가 적을수록 바람직할 것 같은 분야에만 유능한 인력들이 편중됨으로써 수단이 목적을 누르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법은 우리 사회를 좀 더 공정(公正)하게 만들고자 하는 수단에 불과할 뿐이지, 법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사실 모든 사람들이 합리적인 사고를 하고, 지극히 도덕적이며 양심적인 행동을 하기만 하면 법은 필요치 않을 수도 있다. 즉, 법조인의 수요가 적을수록 좋은 사회라 볼 수 있고, 법조인은 법조인으로만 존재하는 사회가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법이 없어도 사는 사람, 법이 없어도 되는 사회란 이상(理想)에 불과하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가능한 법을 멀리하고, 법조인의 필요성이 줄어드는 세상을 동경(憧憬)해야 할 것이다. 사람의 마음속엔 단 한 글자도 쓰여 진 바 없지만, 이미 양심(良心)이라는 대법전(大法典)이 들어있지 아니한가? '불립문자 진리불이(不立文字 眞理不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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