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어보나 마나 한 일, 안 물어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을 '불문가지(不問可知)'라 한다. 그러니까 반드시 물어야 할 일도 있지만, 전혀 물어보지 않아도 될 일이 있다는 말이다. 암닭이 꼬꼬덱! 소리를 내며 둥지에서 뛰어 내리길래, 닭장을 들여다보니 둥지 안에 계란이 있고, 만져보니 따듯한 온기가 느껴진다. 그럼 그 계란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즉, '불문가지'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닭 궁둥이에서 알이 나오는 것을 본 증인이 있느냐? 그리고 그 알이 닭의 알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유전자 검사를 해봤느냐는 등으로 따지고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어렵사리 닭장 가까이 있던 사람을 불러오고 또 계란이 분명하다는 검사서 까지 첨부했더니, 이번엔 증인의 말이 진실임을 입증하라 하고, 유전자 검사서도 조작되지 않았다는 증거를 가져오라 하면 그 때는 또 어떻게 해야 하는가? 법은 법리로 성립되지만, 법리가 법을 옭아맨다. 부부가 이혼을 하게 되자 양육권 다툼이 벌어 졌는데, 남편과 아내 어느 쪽도 양보하지 않음으로, 재판장이 하는 수 없이 그럼 아이를 둘로 찢어 반씩 가지라 하자, 아내는 즉시 아이를 남편에게 주었다는 얘기가 있다. 진실로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라면, 자신의 양육권을 포기하더라도 그 아이가 해를 입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다. 진정으로 나라와 결혼했고, 진심으로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지위나 명예 혹은 다른 욕심보다는, 나라의 안위가 그리고 국민이 더 큰 해를 입지 않도록 함이 대의를 쫓는 길이고, 또 국민에 대해 일말의 애국심이라도 보여주는 길이 될 텐데, 역시 그런 기대조차 지나친 바램이었을까? 힘없는 국민들은 얼마나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하면서도 살고 있는지 그들은 모를 것이다. 백번을 양보하여, 무슨 억울함이 있다 한들, 한 사람의 자존심을 위해 나라가 식물국가가 되어도 상관없고,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도탄의 길을 가도 되는 것인지? 세계 제 2차 대전 당시에, 나치의 무자비한 침공을 막아낸 것은 대영제국의 여왕도, 위대한 처칠 수상도 아니었다. 영국의 영공을 결사항전으로 지켜준 애 띤 얼굴의 전투기 조종사들을 향하여 처칠 수상은 이렇게 말했다. "인류 역사상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도 적은 사람들에게 그렇게도 큰 신세를 진적은 없었다" 라고….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떤가? 그렇게도 많은 국민들이 그렇게도 적은 사람들에 의해 그렇게도 큰 화를 입어야만 하는가? 라고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 아무도, 어느 누구에게도 엄청난 '애국심(愛國心)'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지극히 상식적인 범위 안에서, 보통 사람들도 생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의 애국심만이라도 있다면, 이러한 비정상적 정국은 끝낼 수 있는 사람이 끝을 내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유사(有史)이전이야 알 수도 없지만, 유사 이후 수많은 국가가 흥망성쇠(興亡盛衰)하였고, 영웅호걸들이 부침하였지만, '비정상(非正常)'으로 '정상(正常)'을 설명하진 못했으며 비정상적인 국가나 체제 혹은 비정상적인 통치자는 늘 비정상적으로 끝을 낸다. 하루 빨리 이 비정상에서 벗어나 정상을 되찾지 않으면, 우리는 더 큰 비정상과 마주쳐 모두가 비정상적인 종말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할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