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영국의 유명한 '그래피티' 아티스트의 뱅크시의 모습이 CCTV에 포착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47초짜리 영상에는 청바지 차림에 나타난 뱅크시가 스텐실을 벽에 붙이고 스프레이를 이용해 그림을 벽에 그린 뒤, 순식간에 그림을 완성한 다음 서둘러 자전거를 몰고 사라지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가 사라진 지하도 벽면 현장에는 이미 설치돼 있던 CCTV를 이용해 기둥에 매달린 채 무비 슬레이트를 들고 있는 침팬지의 그래피티가 그려졌다. 뱅크시는 1993년 벽에 그래피티를 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 후 그의 그래피티는 영국 곳곳에서 발견됐고 이제는 그가 그린 그래피티를 보기 위해 일부러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생겼다. 뱅크시는 2005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테이트 미술관을 비롯한 뉴욕 및 런던의 대형 미술관에 숨어 들어가 벽에 작품들을 걸어놓는 도둑 전시를 하는 대범함도 보였다.  그의 반 권위적이고 사회 풍자적인 그림들은 그를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작가로 손꼽히게 만들었으며 현재 그의 작품은 영국 내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심지어 그의 그래피티가 그려진 벽의 소유자는 그 그림을 떼어내 판매하려는 시도까지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뱅크시는 자신의 작품들이 수억원을 호가하며 경매시장에 오르기 시작하자 뉴욕의 한 공원에서 자신의 작품을 한 점당 단돈 60달러에 판매해 제도권 미술계의 현실을 꼬집어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래피티(graffiti)는 벽이나 그 밖의 화면에 낙서처럼 긁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그리는 그림으로 거리 벽, 경기장, 지하철 전동차 등에 주로 그려진다. 최근 일반인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 열차 차량기지에 누군가가 무단으로 침입해 그래피티를 그려놓고 도망가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서울 인근 철도 차량기지에서 생긴 일이다. 이 같은 일은 지난해 대구 지하철 차량기지에서도 생겼고 지난달 서울 도봉과 구로, 서동탄역 등 열차 차량기지 세 곳에서 잇따라 발생한 적이 있다. 당국은 보안시설에 무단으로 침입해 그림을 그린 점에 심각함을 제기하고 있다. 뱅크시가 그린 그래피티와는 차이가 많이 나는 단순하고 낙서에 가까운 그림이었지만 우리나라도 이제 그래피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는 사건이다. 과연 그래피티를 '범죄'로 볼 것인가 아니면 '예술행위'로 볼 것인가가 문제로 남는다. 우리가 잘 아는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 장 폴 바스키야는 뉴욕의 지하철 벽을 자신의 캔버스로 활용해 낙서화를 그렸다. 바스키야의 그림은 강렬한 색체와 자유분방한 상상력으로 현대미술의 거장인 앤디 워홀의 눈에 띄었고 일약 세계적인 화가로 성장했다. 그가 뉴욕의 지하철에 남겼던 그래피티의 전통은 지금도 여전하다. 세계 최첨단 도시의 지하철 벽이 온통 낙서로 뒤덮인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라하의 '존레논의 벽'도 주요 관광포인트로 떠올랐다. 누군가가 긴 벽에 존레논의 초상을 그리고 그의 노래 'imagine'이 주는 정서를 자유롭게 표현했다. 그 후 그 벽은 수많은 젊은이들이 덧칠을 했고 지금은 세계의 여행자들이 그 곳을 찾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글로 표현하거나 그림으로 표현해 세계에서 가장 인상적인 그래피티 벽을 형성해 명물로 만들었다. 동남아를 여행하다 보면 골목길마다 자유로운 그래피티가 널렸다. 물론 그 수준에 대해서 평가하는 것은 전문가들의 몫이지만 밋밋하게 비워둔 우중중한 벽보다는 스프레이 물감으로 그려진 그래피티는 강렬한 느낌을 주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한다. 물론 그들이 그리는 그래피티는 반드시 지켜야 할 유물이나 유적에서 찾아볼 수는 없다. 싱가포르나 방콕의 버스나 지하철은 아예 처음부터 그래피티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으로 제작돼 달린다. 우리나라에서 그래피티에 대한 논란은 이제 막 시작될 조짐이다. 청결하고 단순하며 간결한 환경을 좋아하는 우리 민족의 정서상 그래피티는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벽화마을을 꾸미는 곳도 있으니 이미 그래피티는 현대예술의 한 장르로 커나갈 기반을 만들었다고 본다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다만, 우리가 훼손해서는 안될 중요한 건물이나 유적들에 덧칠을 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비어진 공간, 버려진 공간에 자유로운 예술적 상상력으로 채워지는 그래피티에 대한 본격적인 개방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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