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음악이 한 도시를 살릴 수 있다. 아주 작은 에피소드를 담은 영화나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음악 한 구절로 한 도시가 관광도시로 변하고 관광객들에게는 버킷리스트로 떠오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자치단체에서는 자기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 대한 지원을 하고 적지 않은 예산을 쏟아 붓는다. 그러나 대부분 큰 효과를 얻지 못하고 촬영을 위해 지었던 세트장은 흉물로 변하기 일쑤다. 아무리 좋은 영화였다 하더라도 그 영향력은 불과 몇 년에 지나지 않으며 곧 잊혀지고 만다. 그리고 그 영화의 흔적은 생뚱맞은 건조물로 남게 된다. 그러나 아주 강렬한 인상을 지닌 영화들은 그 도시를 영원히 기억하게 만든다. 물론 제작 이전에 성패여부를 가리기는 힘들다. 그러나 최소한 제작자가 제시하는 제작 기획서만 봐도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줄 것인지는 짐작이 된다. 한 때 우리나라 자치단체들이 앞다투면서 영화의 배경이 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 시도는 대부분 실패했다. 결국 자치단체의 영화 지원은 예술가들의 창작을 지방정부가 지원해주는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절 모르는 시주하듯이 하면 안 된다. 자치단체는 이제 흥행을 보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중앙의 영화나 음악인들에게 퍼붓는 예산을 지방 예술가들에게 돌려야 한다.  이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손을 놓지 않고 있다. 그들에게 적지 않은 지원을 해준다면 매우 의미있는 작품이 탄생할 수도 있다. 지역의 예술가들의 삶에 대해서는 중언부언하지 않아도 모두들 잘 안다. 자신들의 예술활동으로는 기본적인 생활비를 벌지도 못한다. 낮에는 직장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동료들과 모여 예술활동을 한다. 연극도 그렇고 문학도 그렇고, 어느 장르나 다 마찬가지다. 경주에 있는 예술가들 중 예술행위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가. 지역의 문화예술가들을 지원하는 것은 결국 지역의 문화예술 자산을 쌓는다는 의미도 있다. 행위 자체가 무뎌지면 지역사회의 문화예술은 메말라버릴 수밖에 없다. 관광도시를 표방한다면 그 저변에 풍부한 문화예술자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이상문(칼럼니스트)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