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대선 후보자들이 자신 있다고 한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조기대선 정국에서 유권자들 또한 무슨 변수가 생길지 짐작조차도 할 수 없을 지경이다. 탄핵이 인용될지 기각될지도 모르는 판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지금 대선모드다. 후보들은 제각각의 색깔을 드러내며 표심을 살피고 있다. 국민들은 지난 4년 동안 박근혜 정부가 저질러 놓은 실패와 새누리당 친박 일부가 빚은 혼란에 질려하고 있다. 하지만 진보냐 보수냐를 두고 국민들은 깊은 고민에 빠져 있고, 정권교체에 대한 명분에 편승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서도 헷갈려하고 있다. 도대체 유사 이래 이 정도의 혼돈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 모든 것은 결국 국민과 국가를 이끌고 갈 정신적 지주가 없다는 것에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태국의 푸미폰 국왕의 예를 들어보자. 푸미폰 국왕은 젊은 시절부터 가장 평범하고 가난한 국민들부터 먼저 챙기는 현명하고 어진 국왕이었다. 국민 절대다수가 국왕을 존경했고 국왕의 말이라면 모두 신뢰하고 따랐다. 정치권의 혼란과 다툼이 있을 때마다 국왕이 나서서 중재했고 외국과의 마찰이 있을 때마다 직접 나서서 해결했다. 물론 입헌군주국가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어질고 현명한 국왕이 나라의 위기를 조절하고 끌고간 예를 보면 태국 국민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국민들에게 무한 존경을 받는 어른이 없어져 버렸다. 집안에서나 마을에서나, 지역사회에서도 절대적인 믿음을 주고 사람들을 리더해 갈 수 있는 어른이 사라져 버린 시대에 살고 있다. 50%의 득표율을 얻고 당선되는 대통령이 없어졌고 정치와 사회, 언론과 문화가 제각각 따로 놀았다. 지금은 그 정점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종교적인 차원에서 국민을 하나로 묶는 나라도 적지 않지만 우리는 그동안 너무 다양성을 추구해 오지 않았느냐는 반문을 하게도 만든다. 다양성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므로 그것을 탓해서는 안 된다. 다만, 국가와 민족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비전을 끌고 갈 구심점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이 혼란을 재현하지 않을 방법이다. 이상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