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대릉원 주차장에서 구시청쪽으로 약 300m 정도 가다보면 보검장식출토고분발굴지(寶劍粧飾出土古墳發掘址)라고 쓰인 화강암 표지석이 인도에 박혀 있다. 1973년 5월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 자리에서 경주국립박물관 신라역사관 2실에 있는 보물 제635호 '장식보검'이 출토됐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아마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면 장식보검의 출토 장소가 어디에 있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장식보검은 1973년 당시 미추왕릉과 잇댄 신작로인 '계림로' 개설 사업 도중 발굴됐다. 그 도로공사는 첨성대에서 경주시청에 이르는 2km의 굽은 비포장도로를 곧게 펴고 아스팔트로 포장하는 사업이었다. 갑작스럽게 진행된 도로공사로 구불구불한 신작로를 따라 성업 중이던 술도가와 원조 '황남빵' 집이 도로부지에 포함돼 명당자리를 버리고 이전했어야 했다. 공사를 하던 어느 날 도로 가장자리에 배수로 공사를 하다가 발견된 돌 더미 속에서 금으로 장식된 신라시대의 칼이 출토됐다. 길이 39cm의 이 보검에 대해 박물관은 40년이 지난 2010년에 황금보검에 대한 출토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했다.  5~7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황금보검은 고대 신라사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것이고 '한국 고대사 최대의 수수께끼'라고 했다. 그리고 칼집을 장식한 석류석과 유리는 분석 결과 동유럽에서 산출된 것이고 태극무늬도 당시 동유럽의 '트리키아 소용돌이 장식'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다. 이 황금보검의 모양은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서 발견된 '보로보예보검'과 그 모양새가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한 눈에 황금보검이 신라의 양식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칼집과 자루를 장식한 얇은 금판과 그 위에 새겨진 물결, 나뭇잎, 원 등의 문양은 낯설었다. 그리고 칼집에 박힌 세 개의 고급스러운 보석은 이 보검이 서역에서 건너왔을 것이라는 막연한 짐작을 하게 했다.  그러나 생김새는 카자흐스탄의 보검과 같지만 정작 이 보검이 건너온 서역이 어느 나라였는지 확신에 찬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다. 다만 카자흐스탄은 과거 페르시아의 영토였다는 점에서 황금보검은 페르시아의 유물일 것이라는 가정은 가능했다. 나는 미스터리한 한 자루의 칼, 황금보검에서 많은 학자들이 추정하는 가설을 신뢰하고 있다. 고대 신라가 실크로드를 통해 서역과 교류했다는 사실이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실크로드의 시발점은 중국 당나라 수도였던 장안이라는 것이 정설이었다.  장안은 현재 중국 산시성 시안을 말한다. 우리가 아무리 실크로드의 동쪽 끝이 신라라고 떠들어대도 세계의 학자들은 그 말을 인정하지 않았다. 시안에는 실크로드와 관련된 다양한 유적들이 남아있고 오랜 세월 세계사의 사실로 굳어져 있던 까닭이었다. 해양실크로드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이란 테헤란 대학교 역사학과 무함마드 보수기 교수가 2014년 겨울 경주를 방문했다. 경주박물관을 찾은 보수기 교수는 장식보검을 한참동안 바라보더니 결연한 표정으로 이 보검이 사산왕조 페르시아에서 건너왔다고 단언했다.  그의 주장은 명쾌했다. 사산왕조 페르시아가 이슬람왕조에 패망하기 전까지 이란 사람들은 우리에게 배화교(拜火敎)로 알려져 있는 조로아스터교를 신봉했다. 조로아스터교의 핵심 교리는 세 가지로 '좋은 생각', '좋은 행동', '좋은 말'이다. 이 세 가지 핵심적인 가르침을 보석으로 박아 장식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황금보검의 칼집에는 커다란 보석이 박힌 세 개의 동그란 자리가 남아 있고 그 가운데 하나는 보석이 박힌 채로 보존돼 있다. 보수기 교수의 주장은 매우 폭넓은 문화적 안목을 가질 때 가능한 것이다. 대부분의 고고학자들이 보검에 박힌 보석의 연대를 추정하고 생산지를 찾아 고민할 때 보수기 교수는 명쾌하게 종교적 배경을 꺼내들고 페르시아에서 건너온 칼로 결론을 내렸다. 우리 신라의 역사에 매우 중요한 실크로드와의 연관성을 대번에 증명해 버린 그 학자의 말을 우리는 아직 귀기우리지 않고 있다. 장식보검은 다만 서역에서 전해진 진귀한 칼일 뿐 그것을 실크로드를 통한 서역과의 교류로 확대해석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있다. 그 보검이 발굴된 자리에 박힌 화강함 표식도 지금 희미하게 글씨가 지워지고 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