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기원전 43년 로마의 술모에서 태어난 푸블리우스 오비디우스입니다. 부유한 기사의 아들인 저는 잠깐 관리가 되었다가 그만두고 문단으로 진출했지요. 제가 써서 세간의 시선을 끈 작품이'사랑의 기술'이란 책인데, 이것은 남성이 여성을, 여성이 남성을 꾀는 연애서랍니다. 명쾌한 탁견이라는 호평과 함께 미풍양속을 해치는 경망스러운 금서라는 악평이 따랐지요. 당시는 관능과 환락의 시대였어요. 로마의 여인들은 알몸의 검투사가 죽고 죽이는 광경을 보며 짜릿한 쾌락에 젖었지요. 그런 광란의 시대에 제 책이 부채질을 했지요. 보다 못한 아우구스투스가 로마 여인들에게 검투장 출입을 금지시키고 50세 이하의 모든 여성은 결혼과 출산의 의무를 다하도록 법을 만들었지요. 아우구스투스의 유신(維新)법이 추상같았지만, 그의 딸 율리아는 불나비처럼 남자를 따라다니며 로마의 미풍양속을 비웃었어요. 아우구스투스는 결국 정적의 위협 때문에 딸을 황량한 섬으로 추방시켰지요. 그런데 이름이 같은 손녀 율리아 역시 어머니처럼 불나비가 되어 로마의 호걸들을 사랑했지요. 그중 한 사람이 바로 저, 오비디우스입니다. 저는 '사랑의 기술'로 성공을 거두고는 두 율리아와 어울려 다녔어요. 딸 율리아의 방탕한 삶을 찬양하며 손녀 율리아의 애인이 되었지요. 아우구스투스가 저를 귀양 보낸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지금의 루마니아의 콘스탄티아라는 유배지에서 저는 비로소 정신이 들었지요. 그때 이미 베르길리우스라는 시인은 로마 건국신화인 '아에네이스'를 써서 로마황제의 신통(神統)성을 기렸지요. 저도 번뜩 잠이 깨어 '메타모르포시스(변신)'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둘 다 신화이야기이지요. 그리스 신화는 천지창조시대 ―거신(巨神)시대 ―거인(巨人) 시대 ―올림포스 신들의 시대― 영웅의 시대 ―인간의 시대로 이어지다가 트로이아 전쟁으로 막을 내립니다. 트로이아 전쟁에서 패한 영웅 아이네이아스가 백성을 끌고 가 로마를 건국했다고 쓴 것이 바로 아이네이아스의 노래 '아에네이스'이지요. 한국에서는 '변신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책이 제가 쓴 '메타모르포시스'입니다. 저는 베르길리우스 보다 한술 더 떠서, 방대한 그리스 신화, 소아시아의 설화, 트로이아 전쟁사, 로마의 건국 신화까지 건드렸지요. 이것이 아우구스투스에게 신성(神性)을 부여하고 용서받는 길이 되길 바라면서 쓴 저의 대표작입니다. 사실 로마 신화는 신들의 이름만 다르게 부를 뿐 그리스 신화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이미 아시지요? 올림포스의 주신(主神)인 유피테르를 로마식으로는 유피테르, 그리스식은 제우스, 영어식은 주피터지요. 마찬가지로 여러분이 영어식으로 잘 쓰는 비너스도 그리스식은 아프로디테, 로마식으로는 베누스지요. 이제 저, 오비디우스는 진실을 고백하려 합니다. 사실 우리 로마의 왕통을 신성시하기 위해 그리스 신화를 지나치게 아전인수한 점을 인정합니다. 또 저의 내면에 들끓는 호색성(어찌 보면 보편적 인간의 정욕이지요)을 끊어버리지 못해, 어쩌면 우리의 죄성을 폭로하기 위해, 저는 최고의 유피테르(제우스) 신을 바람둥이로 그렸고, 누이이자 아내인 유노(헤라)여신을 질투가 강하고 잔인한 여신으로 그렸습니다. 많은 신은 기분 내키는 대로 이기적인 인간처럼 공의롭지 못하게 인간을 심판합니다. 그래서 툭하면 괴물이나 짐승이나 식물로 변신을 시켰지요. 사실은 나 뿐 아니라 우리 인간의 본성이 본디 악하고 추하지 않습니까. 트로이아의 파리스 왕자를 보세요. 남의 아내인 헬레네를 빼앗지 않았다면 그 길고 긴 트로이아 전쟁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겠지요. 그것이 진정한 신을 갖지 않은 인간 본성의 약하고 악한 의지의 본보기지요. 내가 지은 '메타모르포시스'에서는 온갖 신이 우리 인간처럼 서로 다투고 복수합니다. 우리 자신을 책임져줄 전지전능한 유일신도 아니고, 공의로운 신도 아니지요. 저에게 다시 기회가 있다면 진정한 신과 인간의 평화로운 역사를 써 보고 싶습니다. 언제나 완전한 것은 없지만, 이제 슬프고 잔혹한 변신이 아닌 아름다운 변신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