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인 3월 대한민국의 역사가 바뀐다.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인용여부가 곧 결정되기 때문이다. 탄핵을 외치는 쪽이나 반탄핵을 외치는 쪽이나 초조하기는 매일반이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국가의 미래가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탄핵 여부에 대한 결정이 나고 난 후의 국민적 갈등은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서로의 정치적 입장이 이처럼 첨예하게 대립돼 서로를 반목하고 벼르는 모습을 보인 것은 드문 일이다. 더구나 민주주의가 발전한 21세기에 들어서 생겨난 일이다. 미국에서도 트럼프의 취임 이후에 각 지역에서 트럼프에 대한 반대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주의가 고도로 발전한 미국에서도 친 트럼프, 반 트럼프로 갈려 갈등하고 있으니 도대체 정치가 한 국가를 뒤흔드는 이 전근대적인 풍토가 재현되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지나친 민주주의의 정착의 폐단이라고 진단하는 학자들도 있지만 그것은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생각은 이제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에 대한 깊은 회의감에 빠져 들었다. 지난 10년간 한 대통령은 4대강에 수조원을 쏟아 부어 지금은 오히려 우환거리로 만들어둔 것과 자원외교를 한답시고 적지 않은 돈을 외국에 뿌렸지만 어리석게도 사기를 당하거나 잘못된 정보로 돈만 묻어버리는 일을 벌였다. 또 한 대통령은 주권자가 맡긴 국가의 권력을 사인에게 맡겨두고 깜쪽 같이 국정을 농단하다가 발각이 나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그 외에 한 일이라고는 크게 없어 보여 국민들은 정권교체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 미국이 막말과 터무니없는 공약을 내세웠던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것이나 필리핀이 두테르트 대통령을 적극적인 지지로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을 생각해 보면 미국국민이나 필리핀의 국민들의 가슴에 품었던 기존 정치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답답함이 어떠했는지 이해를 할 수 있다. 그들의 가슴이 지금 우리의 갑갑함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제 3월이면 탄핵 인용이냐 기각이냐가 결정될 것이고 향후 대한민국의 역사는 급격한 소용돌이에 빠질 것이다. 가장 급한 것은 헌재의 결정에 승복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일부 진영에서는 불복의 가능성까지도 언급해 후유증이 예산된다는 점이다. 헌법을 심판하는 기관에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거나 기각했다면 헌법에 따라 움직이는 민주국가의 국민들이라면 당연히 따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유력인사의 터무니없는 발언에 국가는 온통 불안의 늪 속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만약 헌재에서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된다면 급하게 대선정국으로 전환된다. 많은 후보들이 이미 출마 선언을 해 둔 상태기 때문에 새삼 나타날 새로운 인물은 없어 보이지만 탄핵 이후의 판도는 아직 아무도 짐작할 수가 없다. 보수층에서 말하는 소위 '샤이 보수'의 표심이 어디로 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들의 표가 '뭉칫돈'이 돼 한 곳으로 몰린다면 지금의 지지율은 아무 의미도 없어져 버린다. 문제는 대한민국의 미래에 있다. 지금의 정부가 썩을 대로 썩어 국민의 여망을 심하게 구겨버렸다면 다음 정부는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 보면 포퓰리즘에 집착할 가능성도 크다. 다음 정부가 오로지 국민의 바람만 좇아간다면 그건 또 다른 파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갈래로 쩍 갈라진 갈등의 골을 무엇으로 메우느냐는 난제를 떠안게 된다. 이제는 이념 논쟁은 큰 의미가 없다. 보수와 진보의 개념도 상당부분 희석이 됐고 지역갈등도 구시대의 유물이 됐다. 지금은 경제와 안보와 외교가 가장 큰 이슈다. 이 이슈들을 철저하게 잘 관리한다면 지금 서로 갈등하고 반목하는 국민들을 대화합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크고 먼 길을 보고 그것에 몰두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지도자가 다음 대통령이 된다면 당장은 소란스럽고 힘들더라도 우리의 미래는 그리 어둡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국민의 지혜와 용기가 이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게 할 것이라는 믿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