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국립예술회관 '에스플라네이드'의 외관은 '두리안'이라는 열대과일의 껍질을 그래도 형상화 했다. 과일의 황제라고 일컬어지는 두리안은 동남아시라를 여행하는 관광객들에게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리는 과일이다. 지독한 양파 썩는 냄새가 날 정도로 특이한 향을 가지고 있는 두리안은, 그러나 입안에 들어가면 달고 부드러운 맛으로 먹는 이들이 찬탄을 멈추지 못하게 한다. 싱가포르는 두리안이 유명한 나라다. 물론 싱가포르 안에서 두리안을 재배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인근 말레이시아에서 수입한 두리안이 싱가포르의 인도인 거리 입구를 가득 메운다. 싱가포르가 자국의 문화를 대표하는 예술회관의 외관을 두리안으로 한 것은 기발한 상상력이다. 가령 머라이언(머리는 사자, 꼬리는 인어)이라는 싱가포르 전통 상징물을 본떠서 만들 수도 있을 것이고 화교들의 전통적인 건축양식을 차용해 지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두리안의 껍질을 뒤엎어놓은 듯이 만든 것은 세계인들이 싱가포르의 문화예술회관을 보고 금방 재미를 느끼고 호기심을 갖도록 만들려고 했던 의도로 읽힌다. 문화와 예술은 이렇게 자의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호방하고 진취적으로 표현될 때 문화 예술은 발전한다. 경주의 문화예술회관을 한 번 보자. 조형학자들은 경주 시가지의 허파에 해당되는 황성공원 한 귀퉁에 세워진 문화예술회관의 건축양식을 보면서 한 마디로 "뜬금없다"고 말한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경주의 상징성도 떨어지고 경주의 문화예술을 대표하는 정체성도 없다는 것이다. 경주의 모습은 전통과 최첨단이 어울린 필요가 있다. 가장 바람직한 발전방향이다. 경주를 찾았을 때 천년의 칙칙한 세월의 이끼만 가득하다면 여행자들이 유쾌한 느낌을 받을 수 없다. 신라의 흔적과 첨단 미래의 모습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상상력이고 창의력이 감당할 몫이다. 첨단 과학의 힘을 빌린다면 경주의 문화환경은 몰라보게 달라질 수도 있다. 이상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