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거의 잊혀가는 인물이지만 잠롱 스리무앙 태국 방콕시장은 한 때 청백리의 전형으로 손꼽혔다. 그는 중국 광둥성에서 이주한 부모들에게 태어났으니 정확하게 말하면 태국민족이 아니라 화교 출신이다. 한 살 때 아버지를 잃고 홀어머니와 함께 어렵게 살면서 자랐다.  1962년에 태국 육군 정보부에서 정보 장교로 근무하다가 1970년 미국에 유학을 가는 기회를 얻어 미국 육군 행정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77년에 육군 중령으로 크리앙삭 수상의 비서를 지냈고 1978년에 상원 의원을 지내다가 1979년에는 프렘 수상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그러던 잠롱은 비로소 1985년, 초대 방콕 민선 시장에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당시 잠롱은 세계의 주목을 받는 청백리의 표상이었다. 시장 월급인 우리 돈 12만원을 자신이 쓰지 않고 전부 자선 단체에 기부했고 비가 오면 물난리를 겪는 방콕의 하수도, 도로 정비를 하고 24시간 이내에 침수를 막았다. 그리고 사람들의 건강과 일자리를 위해 힘썼고, 시장과 채식 가게를 차리고 부정부패를 없앴다. 우리나라에도 방문했던 잠롱 시장은 시민과 국민을 위해 공직자가 해야 할 일은 어떤 것이며, 나아가야 할 길은 어느 쪽이며, 지켜야 할 도덕은 무엇인지를 강조한 바 있다. 1980년대 후반 잠롱 신드롬은 우리나라에 크게 불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잠롱의 그 청백리상을 실현한 우리나라의 공직자는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선고되는 날이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주권자들이 부여한 권력을 어떻게 남용했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대통령 주변에서 호가호위하면서 온갖 특권을 누렸던 정치인과 비선들의 한심한 작태에 대해서, 권력의 핵심부에 있으면서 국민은 외면한 채 오직 한 사람, 대통령을 위해 멸사봉공한 자들의 후안무치에 대해서 더러는 격분하고 더러는 절망했다. 이제 오늘 11시면 그 대통령의 향후 거취가 결정된다. 파면이 결정되면 박근혜 대통령은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국정농단에 대한 본격적인 검찰의 수사를 받아야 한다. 불소추 특권은 없어지고 모든 국민과 동등한 신분으로 법 앞에 서야 한다.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은 틈만 나면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고 앞뒤 맞지 않는 변명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그리고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들에 대한 절묘한 메시지 전달에 주력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고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초라하고 비굴한 태도를 보여 왔다. 탄핵이 기각되면 대통령은 그 자리를 지킨다. 그러나 자리를 보전한다하더라도 남은 임기동안 과연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민의 70% 이상이 대통령은 탄핵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1천500만 이상의 국민이 차가운 겨울날 광화문 광장으로 나아가 즉각 퇴진을 외치는 촛불시위를 벌였다. 자신은 아니라고 해도 이미 국민들은 대통령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너무나 잘 아는 시점에 그가 권좌를 지킨다고 해서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온전한 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우리 국민들은 두 가지의 결과 중 어느 하나가 결정이 되더라도 국론 분열이라는 극심한 혼란을 겪게 돼 있다. 권력 주변의 몇 몇 사람들이 저질러 놓은 분탕질로 온 국민이 심각한 후유증을 겪어야 한다.  조기 대선을 준비하는 각 당의 대권 주자들은 지금의 정부가 저지른 각종 잘못을 과연 되풀이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것일까. 당초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가족이 없어 비리가 없을 것이고 청렴하 고 원칙을 지키려는 이미지를 높이 사서 대통령으로 당선시켰는데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으니 지금 대선주자로 나와 있는 사람들도 국민들은 100% 신뢰하지 못한다. 다시 한 번 잠롱과 같은 청렴한 지도자를 생각해 본다. 그 정도의 자리와 위치에 오르면 오로지 국민들만 바라보며 자신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돈에 대한 집착은 평범한 현대인의 본능에 가까운 것인지 모르지만,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될 사람이라면 오로지 국민과 명예를 위해 자신의 욕망과 본능을 버려도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언제 잠롱과 같은 지도자를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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