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장에서는 오빠를 '오라베'라 했다. 그 무뚝뚝하고 왁살스러운 악센트로 오라베 부르면 나는 앞이 칵 막히도록 좋았다. 나는 머루처럼 투명(透明)한 밤하늘을 사랑했다. 그리고 오디가 샛까만 뽕나무를 사랑했다. 혹은 울타리 섶에 피는 이슬마꽃 같은 것을…. 그런 것은 나무나 하늘이나 꽃이기보다 내 고장의 그 사투리라 싶었다. 참말로 경상도 사투리에는 약간 풀냄새가 난다. 약간 이슬냄새가 난다. 그리고 입안이 마르는 황토(黃土)흙 타는 냄새가 난다. 시는 일상 속, 삶의 슬픔을 위로하고 삶의 아름다움과 기쁨을 언어로 기록한다. 이 시는 목월 시인이 '경상도의 가랑잎'이라는 경상도 사투리 시(詩)를 본격적으로 시 소재로 차용하기 시작하던 그 이전에 썼던, 세 번째 시집 '난(蘭·기타)'에 나오는 사투리 시다. 오래 전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의 떨림이 생생하다. '오라베!' 얼마나 유정한 말인가. 무뚝뚝하고 왁살스러운 악센트의 이 경주 사투리! 정말로 앞이 칵 막힐 정도로 기막힌 경주 입말이다. 어디선가 꽃봉오리가 터지는 듯한, 어디선가 경주의 바람 냄새, 흙냄새가 섞여 있는 듯한 유정한 경주 입말, 오라베! "우리 고장에서는/ 오빠를 /'오라베'라 했다!" 독자들은 이시를 통해서 경상도 사투리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낀다. 아시다시피 시인의 상상력은 경험에서 온다(직접경험이든, 간접경험이든). 시인은 '오라베'라는 사투리를 통해 시인이 사랑했던 아름다운 경주의 하늘과 사랑스런 나무, 사랑스런 꽃들을 떠 올린다. 시는 상상력이다. 시인은 신이 준 선물인 상상력으로 시를 쓴다. 첫째는 머루처럼 투명한 밤하늘, 둘째는 뽕나무에 달린 샛까만 오디, 그리고 울타리 섶에 핀 이슬마꽃(이 꽃은 사전에도 안 나온다. 어떤 꽃일까?)을…. 그리고 경주 사투리에는 참말로 "풀냄새, 이슬 냄새, 황토(黃土)흙 타는 냄새가 난다"고 특유한 시인의 상상력과 감각으로 경주 사투리를 노래 한다. 시인의 고향은 경주시 건천 모량, 모량의 들판과 하늘, 단석산 허리 그 언저리 쯤에서, 어린시절부터 뒹굴고 체험했던 시인의 아득한 옛 추억들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녹아들어 그려져 있는 시다. '목월'은 사람사이의 인간관계에서 '인정이 가장 소중하다'고 노래한 시인이었다. 그렇다. 겸손함도 따뜻함도 모두 인정의 산물이 아닌가, 인정은 위대하다. 요즘 들어 사람사이의 인정이 점점 메말라가는 듯해서 마음이 쓸쓸할 때가 많다. 누이동생이 불러주는 다감한 말 한마디, 오라베! 이 말속에 따스한 정(情)이 냇물처럼 흐르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