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다만 기다림 속에 흩어지는 계절이란 속설이 있다. 4계절의 시작인 봄은 봄의 '출생'이며, 여름은 봄의 '성장'이고, 가을은 봄의 '성숙'이며, 겨울이란 봄의 '곡창'이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우리에게 있어 하나의 숙명적인 기원이요, 동경인 것이다. 봄이란 말의 어감은 여성적이고 신비로운 매력을 품고 있는 말이다. 봄비, 봄아지랑이, 봄나물, 봄바람, 봄나들이, 봄처녀, 봄맞이 등 봄이 붙는 말엔 화초의 향기와 더불어 새롭고 신선한 맛이 풍긴다. 하이네의 시에도 "물결은 반짝이며 흘러간다/ 봄은 즐거운 사랑의 계절/ 꽃은 피어나고 봄향기는 들녘에 피어난다"  봄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소생의 계절, 성장의 계절, 환희의 계절이며, 생명이 약동하며, 탄생하고 부활하는 계절이다.  산들산들한 맛을 내는 '춘풍'이란 글에 /봄바람에 버들 빛은 푸른 비단 같은데/ 태양은 복숭아나무에서 익는다./ 따스한 연못물도 향기로운데 동그라미 그리며/ 믈속으로 첨벙이는 물고기 소리/  T.S 엘리엇의 '황무지'에서 나타난 4월은 어느 날의 불확실한 영광으로 겨울의 걸음걸이를 따라 성장한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이락이 피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활기 없는 뿌리를 일깨운다"고 했다. 춘색이 깊어지는 정감을 둔 시인의 계절, 여성의 계절, 그리고 한 때는 비련의 계절이었다. 아름다운 침묵을 상징하는 꽃은 인생의 위대한 스승이라 격찬하듯 매혹적인 관념의 존재이다. 야생화와 더불어 봄꽃은 모두가 산유화(山有花)가 천지다. 산유화의 어원은 '메나리'로 메는 산이요, 나리는 꽃의 대명사로 개나리, 참나리, 미나리, 붉은 개나리, 흰꽃개나리(백합화)등이 있다. 메나리(山花)를 산유화로 부르게 된 것은 한때 한문을 좋아하던 선비들이 시전(詩傳-시경의 주해서)에서 인용한 말이라 한다. 김소월의 시 '산유화'의 출현으로 우리의 귀와 마음에 이미 익은 단어다.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봄이라 하면 야생화를 비롯하여 꽃의 전령사가 먼저 소식을 알린다. 다소 이상한 현상이 있다면 잎보다 꽃이 먼저 나오는 초목이 봄의 대표적 꽃이다. 산수유, 개나리, 매화, 살구꽃, 목련, 진달래, 벚꽃 등이 우리나라에 많이 서식해서 우리의 국민성인 조급한 성격과 많이 닮았다고 하는 학자들도 있다. 사월의 소나기는 오월의 백화(百花)를 가져온다고 한다. 봄의 시작인 3월은 아직도 먼 산에 잔설이 남아 겨울의 그림자가 보이지만 극작가 세익스피어는 "4월은 그녀의 눈 속에 있다. 그것은 사랑의 봄"이라 했다. 향토시인 박목월의 '윤사월'에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집/ 눈먼 처녀사(는) 문설주에 귀 대고/ 엿듣고 있다. 시인 조병화의 '목련화'에도, "황홀한 화관에/ 4월은 오지 않는 기다림을 주어 놓고/ 아름다운 것은 지고 있구나." 복음서에, "들꽃이 어떻게 자라는지 살 펴 보아라. 그것들은 수고도 하지 않고 길쌈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온갖 영화를 누린 솔로몬도 이 꽃 한 송이만큼 화려하게 차려입지 못하였다"고 했다. 꽃은 봄의 중추요, 생명의 증거다. '탐화봉접(探花蜂蝶)'이란 말은 꽃을 탐내는 것은 봉접(벌과 나비)뿐 아니요, 무릇 생명을 가진 자, 생명을 예찬하는 자는 모두가 봄꽃을 즐겨 찾는다. 그러나 봄꽃도 한때요, 꽃 없으면 열매도 없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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