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삭여지지 않는 분노가 또 하나 생겼다. 며칠째 이해하려 무진 애를 썼는데도 도무지 가라앉지 않는 분노가 있다. 민간인이 돼 삼성동 집으로 돌아간 박근혜가 골목길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도저히 지울 수가 없다.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동네 아주머니보다 못한 한 여인에게 국정을 농단 당해 파면된 대통령이 고개 숙이고 자숙하지 못할망정 지지자들이랍시고 골목을 빼곡하게 메운 박사모들에게 손을 흔들고 웃었다. 세상에 이런 울화통이 어디에 있는가. 그것뿐인가. 친박 핵심들은 파면 당한 대통령이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길을 지키고 서서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렸고 웃음지으며 골목길에 내려 마치 개선장군처럼 걷는 박근혜 뒤를 졸졸 따라가면서 굽신거렸다. 헌재의 판결에 대해 승복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친박 국회의원이 짧게 낭독했고 박사모는 밤늦게까지 '대통령 박근혜'를 외쳤다. 청와대 선임행정관인 윤전추는 청와대에 사직서도 내지 않고 마치 지밀상궁처럼 박근혜를 호위하며 삼성동으로 동행했다. 박근혜가 집권했던 이 나라가 정상이었던가? 파면 당하고도 고개를 들고 웃음을 잃지 않은 그는 정상인가. 그가 흘린 웃음은 이 나라 대다수 국민들에게 보낸 야유였다. "너희들이 나를 탄핵했어? 두고 봐, 내가 이대로 주저앉을 것 같아? 나를 둘러싼 이 많은 지지자들을 봐. 그리고 한 때 이 나라를 쥐락펴락했던 정치인들이 나를 호위하고 있어. 다시 부활할 거야, 기다려 봐"라고 생떼를 부리는 것이었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었다면 모두가 그의 웃음에 부아가 치밀어 올랐을 것이다. 정색하고 고개 숙이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당연했을 그는 웃음을 흘렸고 국민들은 그에게 당혹해 했다. 역사에 박근혜는 어떻게 묘사될까? 그가 말하는 대로 오직 국민과 국가를 위해 선한 의지로 국정을 운영하다가 모질게 엮였다고 표현할까? 치밀어 오른 부아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이상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