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조직에 있어서 직무의 합리적인 책정·배분과 과업의 적정 부여는 조직 목표 달성을 위한 기본수단일 뿐만 아니라 조직 구성원의 사기(士氣)와도 직결되는 요소의 하나이다. 부하 직원에 대한 임무 부여는 기본적으로 업무분장 규정에 정해진 대로 해야 한다. 이것이 과업 부여의 고전이요 대원칙이다. 조직인의 사기에 관한 조사연구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남의 일을 자기에게 시켰을 때 또는 자기 일을 남에게 시켰을 때 불만이 생기고 사기가 크게 떨어진다고 한다. 전자의 경우는 "왜 나만 시켜!", 후자의 경우는 "나를 인정 안 해!"가 되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이렇게 양면적인 가벼움이 있는 것이다. 부득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면 사전에 충분히 설명을 해 당사자가 수용한 후에 맡겨야 한다. 평소에 미리 새로운 업무 등에 대해서는 유동적 분담이나 순환 분담의 체계를 마련해 두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관리자로서 임무를 부여할 때는 되도록이면 개별적으로 지시하는 것이 좋고 그 역할 범위와 분량 및 방법을 분명히 해 주어야 한다. 당면한 현안과 관련하여 과업의 경중과 완급도 정해주는 것이 좋다. 특히 부하가 복잡하거나 막막한 난제를 가지고 왔을 때는 방침을 확실히 해 주어야 한다. 이와 함께 부하직원의 업무에 대한 공포가 없게 해야 한다. "어려운 일은 다 같이 달려든다." 이것은 신규 과제 또는 난제에 대한 협업체계로서 총체적 조직관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한편 과제를 수행하는 부하 입장에서는 윗사람이 일을 시킬 때 그 일이 설사 낯선 것이거나 남의 소관으로 보이더라도 이를 피하면 아니 된다. 이는 직무 명령에 대한 복종이라는 규정상의 취지를 떠나서 상급자의 본인에 대한 인정을 거부하는 것이 되어 직무 자세의 불량을 넘어 배신으로 연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로운 업무 사안이 발생할 때 소관이 어디인지 애매할 때가 종종 있다. 이럴 때일수록 이른바 '업무 회피' 라는 현상이 자주 발견된다. 중앙부처 H부 본부 국장급으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평가와 관련한 새로운 과제가 생겨 이를 B과에서 처리하도록 했으나 그 과장은 자기 소관 아니라고 주장했다. 회의를 열어 설득해 보았으나 굽히지 않았다. 알고 보니 그 과장은 그 동안에도 더러 그러한 '업무 회피' 자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일부 간부들 사이에 "일을 피하는 직원"으로 은연중 평가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얼마 안 있어 정기인사 시에 그는 소속기관으로 좌천되었다. 그는 본래 실무자 시절에는 총명하며 일도 잘 했던 사람이었다. 좌천 발령 나는 전날 밤에 그는 울었으며 이튿날 불만 속에서 낙심하며 떠났다. 그 후 그 과장은 인사가 있을 때마다 본부 복귀를 희망했으나 좌절되었다. 보직에 대한 좌절의 눈물을 흘린 지 7년여 만에 본부 직위에 복귀되었다. 그런데 실무자라면 본인만 감수하면 되지만, 과장급 같은 중간 관리자가 새로이 발생한 과제를 떠안아 오면 그 부하 직원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 논리도 없이 일거리만 덥석덥석 받아 올 경우 이른바 '영혼 없는 상사(上司)'가 되어 리더십에 손상이 가기 십상이다. 그러므로 이는 중간관리자의 직무 역량에 관한 문제인 것이다. 상사의 '과업 부여'와 부하의 '과업 회피'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는 중간 관리자가 있다. 직무에 대해서는 언제나 불가피성과 당위성에 관한 스스로의 논리를 확립해 나가는 내공이 있어야 한다. 이 내공은 업무 내·외를 막론하고 항시 자주적인 즉 수처작주(隨處作主)의 자세를 견지할 때 함유 가능한 것이다. 조직에서 일을 기피하는 인력이라고, 직무 수행에 소극적인 직원이라고 소문이 나면 상급자 중 아무도 받아주지 아니하며 그 수렁을 극복하는 데는 위의 사례에서처럼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것이다. 물론, 관리자는 부하에게 함부로 남의 일을 시키면 안 된다. 그러나 부하는 남의 일이라도 함부로 피하면 안 된다. 언제 어디까지나 상사는 상사이고 부하는 부하인 것이다. 그리고 상·하 할 것 없이 업무를 수행할 때는 순간순간 전쟁처럼 임해야 한다. 산다는 것은 언제나 전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