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과 경주를 지나다가 그 지인이 한 말이 생각난다. "드디어 경주의 계절이 오는구만." 봄이라는 말이다. 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천년 고도의 품격이 녹음과 함께 도드라져 보이기 시작하는 봄이 왔다는 말이다. 경주는 봄과 여름, 가을 가리지 않고 전국의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다만 겨울철에는 마땅한 겨울 콘텐츠가 아직 제대로 마련되지 못해 스산하기는 하다. 지난 해 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경주의 관광산업이 이번 봄으로 화사한 봄꽃처럼 다시 피어날 수 있을까? 경주시가 최근 이란의 이스파한과 문화교류를 하면서 많은 이들이 이스파한을 방문했다. 미국과 핵분쟁을 겪으면서 쉽게 방문할 수 없는 곳이 이란이지만 이스파한은 도시 전체가 여행자들에게 매혹적인 콘텐츠로 가득하다. 이번 문화교류의 무대가 설치됐던 체헬소툰과, 거기서 도로 하나만 넘으면 펼쳐진 이맘광장. 이맘광장은 낙쉐자한이라는 고유의 아름다운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이란에서 가장 화려하고 큰 규모의 이맘모스크와 여성적인 형태를 지닌 쉐이크 롯폴라모스크, 그리고 건물 자체가 예술품이 알리거푸 궁전 등이 몰려 있다. 그뿐인가? 자얀데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들은 모두 각각의 예술품이고 그 가운데 씨오세 다리와 커주 다리는 치수를 담당하는 과학적 구조를 가지면서도 조형적 아름다움을 함께 지니고 있다. 그리고 체헬소툰에서 씨오세폴까지 이어지는 세계 최초의 가로수거리인 차하르바그는 오렌지향 가득한 도심의 아름다움을 준다. 경주가 과연 이스파한의 자원에 모자라느냐 하면 그것은 결코 아니다. 동부유적군에 있는 신라 왕들의 고분군은 세계 최고의 설치미술이라는 극찬을 받을만큼 유려한 곡선과 규모에 세계인들이 탄복한다. 그리고 그 인근의 한옥마을은 자연스러운 민간 거주지역이므로 실감이 나는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 자원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홍보하느냐가 관건이다. 봄이 온 경주가 그 어려웠던 혹한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보여줄 때다.(이상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