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당한 박근혜전대통령이 검찰의 포토라인에 선 모습은 이 나라의 불행과 불안을 단적으로 상징하고 있다. 잘못한 대통령을 국민의 힘으로 법에 따라 권좌에서 쫓아낼 수 있는 한국 민주주의의 자랑스러운 수준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있지만 당면한 경제·안보 위기 속의 대통령권력 공백은 그러한 자긍심에 안주할 상황만은 아니다. 더욱이 5·9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번 선거에 뽑힐 대통령은 과거 불행한 대통령이나 파면된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않을지 국민들의 입장에선 조심스럽고 두렵다. 대선이 축제로 치러져야 한다지만 지금 진행되고 있는 당내 경선과정과 정당 경선후보들간의 정치적 공격언어들은 듣기에 따라 매우 살벌하다. 물론 우리사회와 정치권이 안고 있는 부정과 부조리 등 많은 폐단들을 비판하고 개혁하는 데는 듣기 좋은 말만 할 수도 없다. 우리 사회가 발전하려면 묵은 폐단을 척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같은 적폐는 최근에 발생한 것도 있겠지만 과거정권 때부터 누적된 것도 있고 정치진영에 따라 적폐를 규정하는 시각이 서로 다른 경우도 있어 공격하는 후보와 당하는 후보간의 인식의 차이도 크다. 대통령탄핵정국이 시작되면서 더민주당과 문재인 전대표가 제기한 적폐청산 과제도 그같은 사례의 하나다. 문전대표가 박근혜전대통령의 탄핵사유로 적시된 청와대, 검찰, 안기부 등 권력기관의 부정과 비리, 불법등을 청산해야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있다는 취지의 적폐청산을 대선공약 처럼 발표한 것이 적폐청산론의 시발이다. 문전대표가 제기한 적폐청산론이 이른바 87년헌법체제의 가장 취약한 부분인 제왕적 대통령제에 근본 원인이 있다는 점에서는 개헌을 포함한 제도개혁이 핵심과제임을 대부분의 정치권과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문전대표와 더민주당은 개헌문제에는 소극적이면서 적폐청산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적폐청산의 목표가 제도 보다는 인적청산에 있을 것으로 보는 쪽에서는 '피비린내 나는 보복정치'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 더민주당의 당내경선 토론에서도 적폐청산과 대연정문제를 두고 적폐청산의 대상이 되는 정치세력과는 연정을 할 수 없다는 등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인적 청산문제가 간접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권력집중으로 인한 권한의 사적 남용을 유혹하는 원인이 된다 해도 저질러진 범죄적 행위에 대해선 법에 따라 처벌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의 정책결정과 집행권재량에 대한 견해차이로 생긴 말썽을 표적수사의 대상으로 삼아 보복사정하는 경우들이 있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문전대표의 적폐청산이 그같은 보복정치로 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보수후보들, 특히 자유한국당 소속후보들을 겨냥해 적폐세력으로 공격하는 것이 설사 사실에 부합할지라도 공격자 자신도 한 때 적폐세력이었는지 반성하는데서 출발하는 것이 온당하다. 국민의 입장에선 현재의 잘못도 고쳐야 하지만 과거의 잘못도 정리되지않는 부분은 제데로 처리해야 공정하다고 보는 것이다. 적폐청산문제에서 자유한국당측이 제기하는, 노무현 전대통령의 불행과 관련된 뇌물수수문제도 당시 정권의 청와대 민정수석,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전대표가 직접 사실을 밝히는 것이 사리에 맞다. 그렇지못하고 노전대통령의 불행을 거론하기 거북하다는 이유로 당시의 비리사건을 두루뭉술하게 넘어간다면 문전대표의 적폐청산론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언론의 후보 검증에서도 이같은 중대문제를 그냥 덮고 넘어간다면 앞으로도 이 나라에 더 큰 불행이 닥치지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