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시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그 도시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살리고 시민들의 삶이 안정되도록 각종 정책을 펴야 합니다. 대부분의 도시들은 그 도시의 특성에 맞는 정책을 도드라지게 펼치며 공장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냅니다. 정체성에 맞게 도시를 키워나가는 일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시민들은 당장의 경제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아우성을 칩니다. 그래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입니다. 이번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 중 주요 공약이 '일자리 대통령'인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입니다. 그런데 경주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시민들이 먹고 살만한 산업은 관광산업 이외에 별다른 묘안이 없는 것 같습니다. 공장을 유치해 놔도 모체가 되는 대기업의 경기가 출렁거리면 심각한 몸살을 앓게 되니 거기에 목을 매고 있다가는 이도저도 안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관광산업이 실제로 시민들에게 일자리가 되고 밥이 되는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경주는 이미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손색이 없는 도시이기 때문에 잘 다듬는다면 시민들이 경주로 몰려오는 관광객들이 쓰는 돈으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장님께서 깊은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왕경복원사업'입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자면 흔적이 희미해져 가는 신라 왕도의 주요 문화유적을 복원하고 활용하는 사업이 가장 중요한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이 사업은 당장 시민들의 목구멍에 밥이 넘어가도록 하는 사업은 아닙니다. 우리가 인내하고 기다린다면 그 사업이 완료되고 난 후에 생길 다양한 이득을 누릴 수 있지만 시민들의 인내심은 그리 강하지 못합니다. 타 지자체의 예를 좀 보십시오. 국가에서 공모하는 다양한 사업에 지원해 국가예산을 따내옵니다. 100억원, 200억원을 받아내고 그것을 시민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사업을 펼칩니다. 대표적인 것이 도시재생사업입니다. 도시재생사업은 시민들의 주거공간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이지만 경주 같은 도시에 도시 재생사업을 한다는 것은 곧 관광객들이 경주를 찾아 더 편리하고 기억에 오래 남게 도시의 틀을 바꾸는 사업이 됩니다. 경주의 구도심을 한 번 자세히 보신다면 도시재생사업이 얼마나 필요한지 절실하게 느끼실 겁니다. 세계 어디를 가도 그렇게 올망졸망한 상점들이 집중적으로 모야 있는 곳이 드뭅니다. 더구나 주요 사적지와 그리 멀지 않아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도 사적지와 구도심을 오갈 수 있는 아주 편리한 여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구도심은 그냥 오랜 세월 별다른 아이디어 없이 정비되고 유지됐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거리에 이야기를 입히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한다면 세계적인 관광 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충분한 가능성을 가진 곳입니다. 관광부서의 주요 관계자들을 태국 방콕의 카오산로드나, 베트남 하노이의 호안키엠 호수 주변 구시가지를 둘러보도록 보내십시오. 아니면 네팔 카트만두의 타멜거리나 인도 델리의 파하르간즈를 보내십시오. 그 거리는 경주의 구도심에 비해 형편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기능적으로는 훨씬 앞선 거리입니다. 많은 관광객들은 그곳에서 가방을 풀거나 반드시 그 거리를 여행하려 합니다. 공무원을 보내지 말고 시장님께서 직접 다녀오셔도 좋습니다. 좋은 호텔에서 주무시고 최고급 식당에서 밥을 드시지 마시고 허름한 일반 숙소에서 짐을 풀고 로컬 식당에서 식사를 해 보십시오. 그렇다면 우리의 구도심을 어떻게 꾸밀지 아이디어가 나올 것입니다. 경주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관광객들이 경주를 찾았을 때 즐길 거리를 갖추는 일입니다. 간판도 영문을 병기해야 하고 음식도 국제적으로 다양화 돼야 합니다. 숙소는 지금 게스트하우스가 많이 생기고 있지만, 집중적으로 한 곳에 모아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위에 든 도시의 거리는 대부분 그런 방식으로 개발해서 그 도시의 대표적인 관광, 여행자 거리가 된 사례들입니다. 아이디어를 내면 국가예산이나 도예산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경주가 가져오는 대부분의 국도비는 유적과 관련된 것들입니다. 다양한 공모사업이 있고 그 공모사업에 타당성이 있는 아이디어를 낸다면 얼마든지 예산타령 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공무원들은 눈앞에 던져진 업무만 해서는 안 됩니다. 멀리보고 도시의 발전을 위해 연구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경주가 해야할 가장 시급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