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물과 기름에 비유한다. 물과 기름을 휘저어 놓으면 일시적으로는 어우러진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조금 지나면 비중이 다른 물질은 분리될 수밖에 없는 것이 자연현상이다. 즉, 무거운 물은 아래로 가라앉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기름은 위쪽으로 떠오르게 된다는 말이다. 이제 한 바탕 소란이 지나가자, 통합 얘기가 나오고 연정(聯政)을 거론하는 사람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통합과 연정은 물과 기름을 혼합하는 것처럼 되어서는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고, 우리 국민들의 마음 속 깊이 뿌리 내린 물과 기름 같은 이질감부터 먼저 중화시켜야 그것이 가능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물과 기름을 혼합하기 위한 믹서기가 아니며, 물분자와 기름분자를 연결해줄 화학적 중화제가 될 것이다. 특정인들의 간교한 목적으로 기획된 이념적 프레임의 벽을 가차없이 무너뜨리고, 우리 모두가 하나의 민족이며 같은 인간일 뿐이라는 동질성 회복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사상과 이념, 종교, 지성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너무나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우선 우리는 99.9퍼센트 이상 동일한 DNA를 공유한 인간이며, 동일한 피부색에 동일한 언어, 동일한 문화를 가진 후손들이다. 바람 부는 연못위에 일어난 잔 물결같은 생각의 차이,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열차의 동승객으로 특등석이나 일반석 내지 입석 정도에 불과한 입장차이로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들처럼 혹은 물과 기름처럼 서로를 대할 일은 아닐 것이다. 편안한 좌석을 차지한 사람들은 세 종류가 있다. 부지런하고 동작이 빨랐거나, 운이 좋았거나 아니면 새치기를 한 사람도 있다. 그리고 입석표를 가진 사람들 역시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게으르고 동작이 느렸거나, 운이 나빴거나 아니면 드물게는 자리를 양보를 한 사람도 있다. 원인과 이유야 무엇이든 간에 우리는 같은 열차를 타고 여행 중인 데, 편안하게 앉아 있는 사람들은 서 있는 사람들의 불편에 약간의 연민이라도 가져봄이 인간답고, 또 서 있는 사람들도 좌석을 부러워하고 시기해 봐야 서 있음이 더욱 힘들 뿐임으로, 차창밖으로 시선을 돌려 나름의 여행을 즐긴다면 그런대로 어느 듯 목적지에 이르게 되지 않겠는가? 사실 입석(非旣得)과 좌석(旣得)이라는 입장 차이로 열차 내에서 난동이 일어나거나 탈선사고가 일어나는 경우는 없다. 그런데 만일 일단의 깡패들이 탑승하여 위력으로 좌석을 모두 차지하고, 다른 승객들을 통로로 내몬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경우에 승객들은 두 가지의 행동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위력에 굴복하거나 아니면 모두가 힘을 합쳐 그들을 제압하고 열차에서 퇴출시키는 선택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깡패들의 속성상 그들이 순순히 열차에서 끌려 내려갈 리도 만무하고, 또 일시적으로 제압이 되었다 하더라도 잠시만 틈을 보이면 반격해 올 것이라는 사실은 지난 경험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지금 우리사회는 정말 치유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상처를 입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급하다고 하여 그 큰 상처를 소독도 하지 않고 봉합했다가는 세균들이 상처 속에 잠복해 있다가 더 큰 화농(化膿)을 만들게 만들게 될 것이라는 것은 불문가지요. 따라서 봉합하되 상처 부위에 대한 멸균 소독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은 논란거리조차 될 수 없는 당연한 절차일 뿐이다. 지금은 성급한 통합이나 연정보다는 퇴출시켜야 할 사람들을 반드시 먼저 퇴출시키고 사회를 정화시키는 작업이 우선일 것이며, 물과 기름처럼 갈라 선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의식개조 동기 유발과 집단지성을 믿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수사(修辭)에 불과한 통합은 통합이 아니며 바이러스가 잠복하고 있는 소프트웨어는 컴퓨터를 다운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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