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3년 가까운 기나긴 인양작업 끝에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 선체는 온 국민들에게 사고 당시와 못잖은 충격을 주었다. 부숴지고 녹슬고 찢겨진 세월호의 모습은 여객선이라기 보다 거대한 괴물을 마주하는 섬뜩한 두려움이었다. 물론 실종된 사망자의 유해를 찾는 일이 애간장 태우는 초미의 관심사이지만 3년전 침몰사고가 난 그 날의 공포가 다른 형상으로 다가오는 것은 어찌된 일일까? 수학여행길의 어린학생들을 포함해 무려 3백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세월호 침몰사고는 단순한 조난사고가 아니었다. 정치권을 포함한 우리사회의 총체적 적폐와 도덕불감증이 빚은 참사란 게 당시의 진단이었다. 그 때 우리는 초대형 여객선 한체가 침몰한 사건을 당했다기 보다 우리나라 전체가 침몰하기 시작하는 것 같은 당황스러움을 느꼈던 것이다. 이 사고의 직간접 원인조사와 분석을 통해 책임자 처벌과 제도적 개선은 물론 우리사회 전체의 구조화 되고 관행화된 적폐와 부조리,도덕불감증을 씻어내고 대한민국을 근본 개조해야한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희망인 새싹들마저 저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그 날의 반성과 근신의 목소리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대통령탄핵으로 정부지도력 공백상태를 빚은 대한민국호의 침몰이 오늘의 현실로 다가오는 불안이 예사롭지않다. 수면위의 흉물스러운 세월호가 일거러진 대한민국호와 겹쳐져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2014년4월16일 세월호참사가 있었던 그 날 이후 수사기관은 사건 관련 철저한 수사를 다짐했다. 국회는 관련 입법조치와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려 객관적 조사에 합의했으며 정부는 해양 관련 부처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그러나 수사는 세월호 선주인 유병헌과 배후의 전모를 밝히는데 실패했다. 입법조치의 미흡은 말할 것도 없고 특별조사는 사실을 밝히기 보다 여야의 대리정쟁으로 낮밤을 세웠다. 해양경찰이 해체되고 국민안전처가 신설되는 등의 제도개선이 있었으나 해양치안의 난맥과 안전사고의 빈발은 졸속한 제도개선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었다. 더욱이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관련 날조된 괴담은 날개를 달고 번져나가 우리사회를 불신의 늪으로 빠트렸다. 새로운 나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한 교훈을 얻고 각오를 다졌다기 보다 수습과 개혁의 시늉만 내다가 또 한겹의 부조리와 부도덕의 껍질을 덧씌우게 되었을 뿐이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세월호 참사문제를 두고 여야정치권이 내탓에 대한 자성은 없고 네탓 공방으로 우리사회를 편가르기하고 진영논리로 갈등만 증폭시켜온 것이다. 이같은 정치적 공방은 이 사건의 피해자들이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 함몰되는 또하나의 비극을 만들었고 우리사회의 건강성을 더 악화시켰다. 수습의 중심역할을 해야할 정치권이 후유증을 더 심각하게 만든 것이다. 특히 수습을 주도했던 박근혜 대통령과 보수정치세력은 세월호참사 수습실패에 이은 4·13총선의 패배, 대통령탄핵인용 등으로 몰락의 길에 들어섰다. 그 결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우세를 보이는 야당이 5·9대통령선거에서 유리한 국면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결코 우세에 안주할 일이 아니다. 보수몰락은 야권의 건강성도 담보하지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는 87년오대양집단변사사건에서 연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이후 야야간 집권세력이 교체되어왔다는 점에서 어느 정치세력도 이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보수정치세력이 무너지고 설사 반대세력이 집권을 한다해도 우리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전체적으로 교정하지못한다면 대한민국호의 안전한 항해를 기대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