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밥 딜런의 노래를 들으면서 시와 노래의 경계를 이렇게 자유롭게 건너다녀도 되는가 놀라워했다. 예로부터 우리의 선조들도 '시가(詩歌)'라고 해서 시와 노래가 한 몸이라는 사실을 알려줬다. 그러나 사랑과 이별, 눈물과 신세한탄으로 범벅이 된 요사이 우리 가요의 가사와는 너무나 차이가 나는 딜런의 노래들은 문학을 공부하던 내게 경외의 대상이었다. 그의 노래 'Master of War'의 가사 중에 이런 부분이 있다. 'Let me ask you one question/Is your money that good/Will it buy you forgiveness/Do you think that it could/I think you will find/When your death takes its toll/All the money you made/Will never buy back your soul(한가지 물어보자/돈이 좋은거냐/돈이 네 죄를 사주냐/넌 그렇다고 하겠지/돈을 찾겠다고 하겠지/네가 죽으면 그 보답으로/네 가진 돈을 전부/네 영혼을 사지는 않을 거다' 반전가요 가운데 가장 강렬한 메시지를 던진 노래다. 나는 젊은 시절 이 노래를 들으면서 오싹한 두려움마저 느꼈다. 한 대중가수가 이처럼 전쟁에 광분하고 있는 미국의 정부를 향해 직접적인 항의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했다. 같은 시대의 폴 사이먼의 노래는 훨씬 더 시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의 노래 가운데 'Kathy's Song'이라는 달콤한 연애를 주제로 한 노래가 있다. 그 노래의 가사 한 부분에 이런 대목이 있다. 'And a song I was writing is left undone/I don't know why I spend my time/Writing songs I can't believe/With words that tear and strain to rhyme/And so you see I have come to doubt/All that I once held as true/I stand alone without beliefs/The only truth I know is you(내가 쓰던 노래는 미완성인 채로 남아있다/나는 내가 왜 시간을 허비하는지 모르겠다/내가 믿지 못하는 노래들을 작곡하면서/운율에 맞춰서 찢고 잡아당기는 말들로/그리고 당신이 보다시피 나는 회의가 든다/한때 내가 사실이라고 여겼던 모든 것들/나는 모든 것을 의심한 채 혼자 외롭게 서 있네/내가 아는 단 하나의 진실은 당신뿐인 채)' 아름다운 서정시 한 편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는 이 노래를 나는 많은 여인들에게 들려줬었다. 운율을 맞추고 은유와 진정성이 담겨져 있는 이 한 편의 노래는 그 누구의 시보다 아름다웠다. 밥 딜런과 폴 사이먼, 그리고 레너드 고헨 같은 미국과 캐나다의 가수들은 단순하게 노래만 부르지 않았다. 그들은 노래라는 그릇에 자신들이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때로는 정쟁을 반대하고 때로는 자유를 갈구했다. 사랑을 노래하면서도 애절한 구애에만 매달리지 않고 연애가 끌어내는 서정의 극한을 그려냈다. 그것이 우리나라 가요문화와 다른 점이다. 그래서 지난해 노벨 문학상에 밥 딜런이 선정됐다. 밥 딜런의 선정으로 많은 사람들은 놀랐다. 정통 문학인이 아닌 사람에게 노벨상을 준다는 것에 대한 반감이 나오기도 했다. 작년에 밥 딜런은 스웨덴 한림원이 개최한 공식적인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래서 한 때 상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런데 밥 딜런이 마침내 메달을 목에 걸 의사를 밝혔다고 스웨덴 한림원이 전했다. 사라 다니우스 스웨덴 한림원 사무총장은 2자신의 공식 블로그에 "좋은 소식은 밥 딜런이 한림원과 이번 주말 만남을 가지기로 결정했다는 점"이라며 "이때 한림원은 딜런에게 노벨상 수상증과 메달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다니우스 총장은 "이번 딜런과의 만남은 딜런과 한림원 관계자들만 함께하는 소규모 비공개 회동이 될 것"이라며 "이것은 딜런이 직접 한 요구였다"고 덧붙였다. 딜런의 성품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원래 노벨상 수상자가 상금을 수령하기 위해서는 수상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강연을 해야 한다. 그러나 딜런은 이번에 강연을 하지 않는다고 한림원은 설명했다. 딜런은 강연 대신에 자신의 콘서트를 여는 것으로 수상을 대신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노래로 멋진 강연을 대신하는 것이다. 고정관념을 깬 포스트 모더니즘 시를 읽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