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가 신라 천년(千年) 고도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면 신라가 천년이라는 사직(社稷) 즉 국가(國家)가 존속되는 동안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는 것이다. 세계 역사에 있어 전대미문(前代未聞)한 기록이다. 신라가 멸망되고 고려라는 새로운 국가가 탄생 전까지 각기 다른 성향의 56 왕조가 배출됐다.신라 왕조는 세습제(世襲制)가 아니었다. 그래서 왕조 교체를 두고 내부적으로 권력다툼이 치열했다고 볼 수 있다. 성골간,진골간,성골과 진골간 등 신라 천년은 끊임없는 권력투쟁으로 인한 피비린내가 수도인 '경주(慶州)'를 중심으로 진동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신라가 천년동안 '단일 국가'가 유지된 것은 통치권자들의 기본적인 철학이나 자세는 투철한 국가관(國家觀)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당시 신라 권력층이나 시민사회 역시 백제나 고구려로부터 국토를 수호해야 한다는절박감이나 사명감이 지배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우리시대가 보는 경주는 천년 전 불교유적과 유물,그 당시 번창했던 귀중한 문화유산을 보유한 고도(古都)의 단면만 보고 있다. 하지만 권력다툼,정치적 논쟁이나 갈등 등 현재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현상보다 더 한 장면이 경주에서 연출됐다는 것이다. 2017년3월31일 오전 3시3분. 헌법재판소로부터 대통령 직(職)을 파면당한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박근혜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그녀가 영어(囹圄)의 몸이 된 것은 본인이 자초한 결과물이자 자업자득인 셈이다. 박근혜의 구속 본질은 '소통부재'와 '독선'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녀의 구속은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이 추락된 것이다. 지난 해 국회 탄핵 결정이후 정치권은 그녀의 '질서있는 퇴진' 즉 자진 하야(下野)를 요구했다. 이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지키고 정치적 안정과 국가혼란을 막기 위한 진정한 배려이자 주문이었다. 그럼에도 구속되는 날까지 그녀와 주변 세력은 정당한 법 집행과 결정에 대해 승복하지 않았다. 더욱이 기득권 보수를 통해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등 개과천선(改過遷善)의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결국 오만과 독선이 법의 심판대로 향하게 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녀를 선택한 국민 그리고 유권자만 불쌍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대한민국 대통령 직(職)은 절대적인 권력을 행세할 수 있는 자리이며, 임기는 5년이다. 그러나 그 직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를 해야 한다는 국민의 절대적 요구가 있다. 그럼에도 박근혜는 물론 그 직에 올랐던 역대 대통령 중 단 한명이라도 '권력형비리'에 연루되지 않은 이가 없었고, 실망만 줬다. 그래서 대한민국 대통령의 말로는 '날개 없이 추락하는 비행기와 같다'는 것을 박근혜를 통해 또다시 확인했다. 이번 그녀의 구속을 통해 '권불오년(權不五年)'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헌법상 대통령 임기가 5년이 분명함에도 그 기한을 채우지 못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가. 그리고 퇴임한 그들의 위상은 어떤 가. 독설가는 말한다."멀쩡한 이도 그 직에 오르면 온 천하가 자기 것 인냥하고,천년만년 그 권력을 쥐고 있는 듯 한 착각에 빠진다"고 했다.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열흘 붉은 꽃은 없다)이나 권불오년이 주는 의미는 별 차이가 없다. 중국에는 진시황이 그랬고,우리나라도 정부 수립이후 통치권자들의 사고 역시 '권력은 영원하다'는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중국의 조조는 사후 부관참시(剖棺斬屍)가 두려워 72기의 가묘(假墓)를 만들었다. 'T.S. 엘리엇(Eliot)'는 '황무지(The Waste Land)'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 했다. 봄은 겨울내내 얼었던 땅을 일궈야만 한다. 그래서 파헤쳐 지기 싫은 땅을 두고 엘리엇은 '4월이 잔인하다'고 했을 것이다.오늘의 대한민국 모습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