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善)을 정의할 필요가 없듯이 정의를 정의(正義)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선이나 정의를 정의하라고 한다면, 악하지 않음이 선이요, 불의(不義)하지 않으면 곧 정의(正義)일 것이다. 요즘 모두가 정의를 외치고 있으니 무엇이 과연 정의인지 혼란스럽기까지 하지만 정의란, 말의 수사(修辭)도 아니며 자신의 주관적 논리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자동차가 우측통행을 하게 된 이유는, 처음 미국에서 들여온 자동차의 핸들이 좌측에 있었기 때문에, 운전자가 서로 상대편 자동차의 운전석을 보면서 교행(交行)하는 것이 좀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여 그렇게 정한 것일 뿐, 다른 이유는 없을 것 같다. 그에 반해 일본이나 유럽의 자동차들은 무슨 이유에서 인지는 모르지만, 운전석이 오른 쪽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나라들의 도로 교통법은 우리와 달리 자동차는 좌측통행을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어느 것이 진리이고, 어느 것이 정의라는 말인가? 세계 어느 나라를 가 보아도 좌측통행과 우측통행으로 논란하지는 않으며, 다만 중앙선을 지켜야 한다는 것만은 만국(萬國) 공통이다. 즉, 통행방식은 한 번 정하기만 하면 좌(左)든 우(右)든 상관이 없지만, 중앙선 침범은 심각한 사고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사람이 왼손과 오른 손을 다 가지고 있듯이 세계 어느 나라에도 좌익과 우익이 있지만, 지금 우리처럼 좌우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나라는 아마 흔치 않을 것이다. 일찍이 중국의 지도자 '등소평'은 일당(一黨) 공산주의 국가를 운영하면서도 그 유명한 흑묘백묘론(黑猫白描論)으로 중국을 개방하고 자본주의를 접목시켜 낙후된 중국을 근대화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잘 잡는 고양이가 좋은 고양이 이듯이, 보수면 어떻고 진보면 어떤가? 오른 손이 고장나면 왼 손을 쓰고, 왼 손이 고장나면 오른 손을 쓸 것이며, 두 손이 다 건강하면 두 손을 쓰는 것이 당연할 뿐, 그기에 무슨 정의가 따로 있다는 것인가? 다만 지켜야 할 것은 중앙선인데, 중앙선은 지키지 않으면서 좌, 우 논쟁만 하고 있으니, 오늘과 같은 불행은 이미 예고된 것이며, 이후라도 더욱 참담한 사고를 피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지금 국민들이 가장 참기 어려운 것은, 중앙선을 침범한 자들의 적반하장(賊反荷杖)격 행동이 아닐까 한다. 너는 지키되 나는 지키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중앙선 침범은 한 쪽이 준수해도 한 쪽이 지키지 않으면 별무소용, 반드시 사고를 내는 것임으로, 그것은 어떤 논리로도 합리화가 불가능하여 따로 정의(正義)를 정의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라는 말이다. 법은 도로의 중앙선과 같은 것이며, 권력은 운전자에게 주어진 한시적(限時的) 권한일 뿐이다. 운전자가 음주 운전을 하였거나 도로교통법을 지키지 않아 중대한 사고를 내면 그 운전면허가 취소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 잠시 피곤하여 곁에 있는 무면허 운전자에게 핸들을 맡겼더니 그가 사고를 낸 것임으로 나는 무죄라는 논리가 가당키나 한 것인가? 요행이 사고 없이 목적지에 도착했더라도 처벌받을 일인데, 하물며 중대한 사고까지 유발시키고도 무슨 할 말이 또 남아 있는가? 오른편 도로에 있어야 할 차(車)가 왼편 도로에 가 있으니 삼척동자가 보아도 중앙선 침범은 명백한데, 진실과 거짖은 무엇이며 정의와 불의는 다 무엇인가? 해석하는 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은 법이 아니듯이, 해석하는 자에 따라 달라지는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법은 정해진 대로이고, 정의는 정한 바 없이 있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법을 자의(自意)로 해석하지 말아야 할 것이며, 정의(正義) 역시 정의하지 않음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