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아무데나 서서 오줌을 누지마라 푸른 나무아래 앉아서 가만가만 누어라 아름다운 네 몸속의 강물이 따스한 리듬을 타고 흙속에 스미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아라 그 소리에 세상의 풀들이 무성히 자라고 네가 대지의 어머니가 되어가는 소리를 때때로 편견처럼 완강한 바위에다 오줌을 갈겨주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그럴 때일수록 제의를 치르듯 조용히 치마를 걷어 올리고 보름달 탐스러운 네 하초를 대지에다 살짝 대어라 그러고는 쉬이쉬이 네 몸속의 강물이 따스한 리듬을 타고 흙속에 스밀 때 비로소 너와 대지가 한 몸이 되는 소리를 들어 보아라 푸른 생명들이 환호하는 소리를 들어 보아라 내 귀한 여자야 - 문정희 -푸른 봄의 女子, 물 만드는 女子 벚꽃이 절정을 이룬 지난 주말, 경주 보문단지는 몰리는 차들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사람들은 벚꽃이 주는 감동을 받을 준비를 하고 경주를 찾은 듯, 지진의 공포가 잠시나마 벚꽃의 아름다운 힘에 밀려 나가는듯한 주말이었다. 경주로서는 흐드러지는 벚꽃이 고마운 날이었다. 문정희 시인의 '물을 만드는 여자'는 봄의 시다. 제목부터 흥미롭다. 물을 만드는 여자라니! 사랑이라는 추상어를 '물'이라는 이미지로 구체화 시키고 있다. 싱싱한 봄, 푸른 계곡의 물소리가 들리는 듯한 시다. 시인은 들리지 않는 봄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사람이다. 아시다시피 시는 직관과 상상력의 세계다, 이 캄캄한 시대에 누군가의 영혼에 불을 켜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을 진실하게 녹여서 태워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첫 행의 "딸아, 아무데나 서서 오줌을 누지마라".평범한 듯한 이 시행은 아무데서나 방뇨를 하지 말라는 딸에게 주는 충고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서서 방뇨하는 남성들에게도 해당 되는 말로 느껴진다. 우리 몸의 70%는 물로 되어 있고 물은 생명의 다른 이름이다. 몸속의 물인 오줌을 "푸른 나무아래 가만 가만 누어라" 그리고 "제의를 치르듯 조용히 치마를 걷어 올리고 대지에다 살짝! 대어라" 몸속 물인 오줌을 이렇게 절묘하게 묘사하면서 여성시인만이 표현 할 수 있는 섬세한 정서적 울림을 만들고 있다. 시인은 여자의 아름다운 몸속 강물이, 리듬을 타고 흙속에 스미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라고 충고한다. 처녀와 대지가 한 몸이 되는 소리를 들어 보라고 한다. 대지의 어머니, 모성애가 왜 보석처럼 아름다운지를 돌아보게 하는 시다. ■김성춘 시인 약력 ·1974년 '심상' 제1회 신인상 등단(박목월 시 인 추천) ·시집, 물소리 천사, 온유외 다수. 가톨릭문학 상 수상 ·첫 산문집, '경주에 말을 걸다' ·현)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