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작가 모파상은 에펠탑 건설 초기에 파리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거칠게 반대했다. 320m 높이의 철제탑이 고풍스러운 도시 파리의 중심에 우뚝 선다는 것은 당시 지식인들에게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상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펠탑 건설은 강행됐다. 그런데 모파상은 매일 같이 에펠탑에 있는 레스토랑에 와서 책을 보거나 차를 마시고 식사를 했다. 누군가가 물었다. "당신은 에펠탑 건립에 그렇게 반대했는데 지금은 왜 여기에 와 계십니까?" 그랬더니 모파상은 "파리 어디를 가나 이 거대한 흉물이 보이지 않는 곳이 없지만 이 안에서는 유일하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네"라고 대답했다. 유명한 일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펠탑은 파리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랜드 마크 중 하나다. 매일 저녁 8시 에펠탑에서 벌어지는 조명쇼는 파리를 여행 사람들이 가장 기다리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됐다. 관광객들은 센강의 유람선을 타거나 센강변에서 에펠탑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걸터앉아 에펠탑이 조명에 휩싸이는 것을 기다린다. 루부르박물관, 로테르담 사원, 그리고 4~500년이 된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즐비한 구시가지를 배경으로 에펠탑이 불을 밝히면 관광객들은 일제히 환호를 지른다. 지식인들이 생각하는 도시미관과 일반인들이 추구하는 즐거움은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홍콩과 싱가포르 이야기도 해보자. 홍콩의 빅토리아 피크에 올라가면 홍콩의 야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하늘의 별들을 모두 따서 지상에 뿌려놓은 듯한 홍콩 도심의 야경은 빅토리아 피크에 올라간 관광객들에게 탄성을 지르게 만든다. 사람들은 산 정상에서 한참을 홍콩의 야경을 보면서 넋을 잃고 있거나 야경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어댄다. 낮에 보는 홍콩의 모습도 매력적이다. 마천루의 건물들이 신시가지에 빼곡하게 들어차 있고 그 골목 사이사이 쇼핑과 식도락을 위해 관광객들이 즐겁게 찾거나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수두룩하다. 그리고 구도심은 옛모습을 최대한 보존해 이미 박물관에나 보내도 좋을만한 궤도버스가 종을 울리며 달리고, 허름한 외관을 가진 딤섬식당은 손님들로 차고 넘친다. 옛것과 새것의 절묘한 조화를 알고 있다. 싱가포르는 경우도 만만치 않다. 싱가포르의 야경은 홍콩보다 점잖다. 머라이언파크에서 바라보는 마리나베이센즈의 야경이나 마리나베이센즈의 옥상에서 바라보는 싱가포르 도심 전체의 야경은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이 말했듯 '야경 깡패' 수준이다. 그만큼 아름답고 놀랍다는 뜻이다. 또 클락키에서 보트를 타고 영국 식민지 시절 지었던 오래된 건물들을 바라보는 야경투어는 싱가포르 여행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싱가포르의 건축물은 이미 세계적으로 아름답다는 정평을 받고 있다. 하나의 건물도 외관이 같으면 설계단계에서부터 허가를 내주지 않는 건축법을 가지고 있어 도시 전체가 현대 건축물의 박물관이라고 일컬어진다. 그리고 인도인 거주지역인 칼랑이나 화교 거주지역인 차이나타운 주변에는 옛 골목이 그대로 남아 있어 그 민족들의 싱가포르 이주사를 선연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해뒀다. 그리고 아랍스트리트 주변의 헤지레인은 초현대적인 감각의 디자인으로 구도심 골목길을 마치 현대미술관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들고 카페와 레스토랑을 집중적으로 모아 여행자들의 발길을 끌게 하고 있다. 경주시는 오랜 세월 천년 고도라는 이름표를 달고 차분하게 옛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나름대로 고풍스러운 맛이 있을지 모르나 현대 관광 트렌드에서는 어김없이 뒤지고 있다. 야경이라는 것은 아예 상상도 할 수 없고 황남동 한옥거리를 제외하고는 전통적 멋도 찾을 길이 없다. 한옥거리도 밤이 되면 암흑천지여서 여행자들이 그 골목을 걸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밤낮으로 아름다운 도시여야 여행자들이 몰린다. 경주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자. 현대적인 아름다움은 아예 찾을 길이 없고 고즈넉한 고고함의 매력도 발현하지 못한다. 고민을 하지 않은 탓이다. 조금만 깊이 고민한다면 지금의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답이 나올 수 있다. 전문가들도 늘 탁상공론만 하고 도심의 재구성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그만한 아이디어를 찾을 수 없다면 외국의 예를 찾으면 된다. 단, 경주와 지슷한 조건을 가진 도시를 모델로 해야 한다. 왕경복원도 좋지만 현실적 도시 가꾸기부터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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