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살고 있는 초등 3학년생인 손자가 경주에 와서 드라이브 도중 게시판에서 ‘이사금’이란 낱말을 보고, “할아버지 이사금이 무슨 뜻입니까? 경주의 금을 이사금이라고 합니까? 경주에는 이사금이 많아요?”하고 물었다. 금은 알고 있으니까 ‘이사’라는 수식어를 보고 이사금은 금의 한 종류로 보았던 것 같다. 이사금(尼師今)이란 말은『삼국유사』에 신라에서 왕을 칭하는 말인데 그 외에도 거서간, 차차웅, 이사금, 마립간, 왕 등이 있다. 이 칭호가 갖는 의미는 왕 또는 존귀한 사람, 특별한 사람을 뜻한다. 거서간은 존장을 의미하며 오직 왕만 이렇게 불렀다. 진한의 말로 거서간은 왕 혹은 귀한 사람, 차차웅, 자충이라 칭하기도 한다. 특히 차차웅을 김대문은 방언으로 무당이라는 것이며, 무당은 귀신을 섬기고 제사를 숭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외경하여 존장을 자충이라 불렀다는 것이다. 이사금은 치리인데 성스럽고 지혜로운 사람의 치아 개수가 일반인 보다 많아서 왕으로 추대된다는 것이다. 마립간은 궐표(橛標)에 따라 자리가 나열되어 있는데 왕궐(王橛)이 주가 되고 신궐(臣橛)은 그 아래인데 이것을 이름 한 것이 마립간이며, 마립은 궐을 말한다. 그리고 왕이라는 칭호는 지증왕 때부터 시작되었다. 『삼국사기』를 보면, 지증왕 4년 10월에 “군신(群臣)이 아뢰되, 시조 창업한 이래로 국명이 일정치 아니하여 사라, 사로, 신라라 하였으나 신들은 생각건대 ‘신(新)’은 덕업이 날로 새로운 뜻이요, ‘라(羅)’는 사방을 망라한다는 뜻인즉 그것으로 국호를 삼는 것이 좋을 듯도 하오며, 또 생각건대 자고로 국가를 가진 이가 다 제(帝)라 왕이라 칭하였는데 우리 시조가 건국한지 지금에 22세(世)로되 단지 방언으로 칭하여 존호를 정치 아니하였으니 지금 군신은 한 뜻으로 삼가 ‘신라국왕’이란 존호를 올리옵니다.”고 하매, 왕이 거기에 쫓았다.”는 기록을 전하고 있다. 이사금은 잇금(齒理)을 말하는 것으로, 남해왕이 승하하자 아들 노례왕이 탈해에게 양위하였다. 탈해가 말하기를, “나는 듣건대 성스럽고 지혜가 많은 사람은 치아가 많다.”고 하면서 곧 떡을 씹어 시험하였다는 것이다. 떡을 씹어서 그 떡에 사인된 치아의 자국 수를 세어보니 탈해가 많아서 결국 노례는 떡 검증에서 탈해에게 지고 말아 보위에 오르지 못하고 탈해가 왕위를 계승하였다는 것이다. 이상의 기록에서 보면 왕의 자격은 천부적 의미를 지닌다는 것과 그 자격은 또한 검증을 하여 객관적으로 확인하여야 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선덕왕(宣德王)이 훙하고 왕자가 없었으므로 군신들은 후사를 의논하여 경북 20리에 살고 있는 왕의 족자 주원을 왕으로 추대하였으나 도임하는 그 날 폭우가 대작하여 알천이 범람해서 궁중으로 올 수 없게 되자 인군의 큰 자리는 본래 인모로 되는 것이 아니다 하고 그의 도임을 하늘이 말린다 하여 결국 전왕의 아우인 상대등 경신이 왕위를 계승하였던 것이다. 대통령의 자리도 하늘이 정한다는 항간의 말처럼 대통령 입후보자들 가운데 ‘위비구오(位備九五)’의 천부적 특정을 받은 자가 누구이며, 그것을 유권자는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가 이사금이란 사적에서처럼 객관적 검증의 문제로 남았다. 금세의 이사금으로 태어난 자가 누구이며, 그 천부적 자질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떡 검증은 할 수 없으나, 떡은 입으로 하는 것이니, 입후보자들의 공동토론을 통해 그들의 입에서 어떤 왕적 자질이 발설되는 가에 주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신라 칭왕 이사금은 참으로 고귀한 민주주의 이념을 전해주고 있어서 대선과 관련하여 다시금 깊이 음미하여야 할 사적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