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청결은 공중화장실 청결에서부터 비롯된다. 거리나 공원 등 다른 곳이 아무리 깨끗해도 공중화장실이 깨끗하지 못하면 지역 전체 이미지가 불결해 보이는 것이다. 가정이나 개인에 있어서도 더러워질 소지가 가장 많은 곳이 깨끗해야 전체가 깨끗해지는 것과 같다. 필자는 오래전에 유럽 선진국들의 공중화장실을 가 볼 때마다 '깨끗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 후 점차 화장실 청결이 선진국을 향한 사회 청결의 기본 출발선이라는 생각을 신념처럼 갖게 되었다.  공직생활 32년 동안 원 소속 조직을 떠난 파견근무를 소위 위장전입(전·출입 발령이지만 실제는 파견처럼 복귀가 예정된 인사이동)을 포함해 총 여섯 번 정도 한 바 있다. 그 중 지난 세기(世紀) 말 종합조정기관인 국무총리실에 가서 과장으로 약 3년 간 재직하면서 원 소속 부처에서는 할 수 없었던 일 중 한 가지를 수행한 적이 있다. 평소 마음속에 갖고 있던 '공중화장실 문화'의 개선이다. 모든 정책이나 사회운동은 어떤 환경적 변화를 계기로 하여 추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2000년에 화장실 문화 개선을 시도할 기회가 왔다. 월드컵 대회를 2년여 앞 둔 시점에 '월드컵 문화시민 운동'에 편승해서 총리실 정책평가 특정과제의 하나로 설정해 추진했다. 처음에는 지저분한 분야 과제라고 하여 탈락되었다가 재심에서 채택되었다. 일단 전국의 공중화장실을 대상으로 잡았다.  우선 당시 소관 부처(문화관광부)로 하여금 전국의 공중화장실 숫자를 파악하게 했다. 약 4만 7천 개라고 보고되었으나 여기에 각지의 상가나 재래시장 등에 있는 화장실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기억된다. 한편 관련 공공기관(한국관광공사로 기억된다)으로 하여금 화장실 문화운동 협의회를 결성하도록 했다.  그리고 공중화장실 관리지침을 수립·배포하도록 했다. 여기에는 화장실 관리책임자 지정, 약 20개 항목의 화장실 점검일지 비치·작성 의무화 등이 포함되었고, 이에 따라 악취나 바닥 물기는 엄금되고 세면기 급수, 휴지, 손 건조기(hand dryer)와 향수 살포, 클래식 음악 또는 가곡 방송, 화분 비치 등도 필수 항목으로 관리하도록 했으며 특히 여성 화장실 입구 바닥에는 한 줄로 서는 대기선도 표시하도록 했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주요 관광지 등에 '시범화장실' 보조 사업을 시행하도록 했다. 이는 위 필수 항목을 구비한 공중화장실의 표준 모델로서 한 개 건립하는 데 당시 약 1억 원이 들었고 전액 지원하도록 했다. 소관 부처가 총괄 추진하도록 하되 총리실에서는 정책평가 팀별로 공중화장실 운용 실태를 조사했으며 필자도 직접 설악산과 강릉 일대의 시범화장실 점검 출장을 간 바 있다. 하계휴가 시에는 총리실 정책평가 팀 전원이 휴가 중에도 이미 추진 중이던 '사회 질서 확립 대책' 과제와 병행하여 전국의 공중화장실 실태를 조사·보고하도록 했다. 필자는 부산 지역의 종합 버스 정류장 등을 직접 점검했고 여성화장실에는 처와 딸을 시켜 체크해 오도록 했다. 추진 1년이 지나면서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문화운동으로 전개되어 공중화장실 전국 '베스트(best) 5, 워스트(worst) 5' 도 선정·공표되고, 공중화장실에서 미술 전시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먼저 가장 눈에 띄게 개선된 곳은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고속도로 화장실이었다. 이리하여 월드컵 대회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공중화장실 수준이 일약 한 단계 향상되어 오늘날 전국적으로 어느 정도의 청결도를 보이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것이 지금까지 문화시민 운동은 계속되고 있으나 청결 수준은 대체로 답보상태에 있으며 일부 퇴보하고 있는 것 같다는 점이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분발하여 한 단계만 더 향상시켜보자! 완전한 선진국형 공중화장실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확장인사의 하나로서의 파견 근무는 이처럼 원 소속 조직에서는 하기 어려운 일도 경험해 보거나 또 다른 분야에서 사회에 기여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만약 한 번 더 종합조정기관에서 일할 수 있다면 한국의 공중화장실 수준을 한 단계 더 올려 볼 수 있으련만 그럴 기회가 필자의 생에는 이제 없을 것이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이 눈앞에 다가왔다. 후배 중 누군가가 기회가 되면 이일을 완성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파견을 가든지 소위 위장전입을 가든지 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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