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나 목걸이 등의 악세사리를 만들 때 사용하는 금(Gold)은 100퍼센터 순금이 아니다. 순금은 대단히 무른 금속이기 때문에 약간의 다른 종류 금속을 혼합하여 합금 형태가 되어야 비로소 적정한 강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사람 역시 완전히 순수한 사람은 없으며, 또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필요충분조건의 함량을 유지할만한 정도의 순도가 요구되는 것이며, 다소간의 불순함은 오히려 인간적이라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데 터무니없이 함량이 미달되는 사람들이 합금(合金)이 아닌 도금(鍍金)된 껍질을 뒤집어쓰고 눈을 속이려 든다는 데 문제가 있다. 국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이고, 기업을 포함한 어떤 단체이든 간에 단체장이나 지도자는 인격이나 지식 등 지덕체(智德體)에 있어 기본 함량이 요구된다. 사람은 모든 동물 중에 가장 개성이 강한 존재이다. 즉, 70억이 넘는 전 지구인을 한 자리에 세워놓아도 완벽히 동일한 얼굴을 찾기 어려운 것처럼, 성격 또한 완벽하게 일치하는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그러니까 타인이 나와 다른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인데, 나와 다름을 먼저 인정하지 않고, 나와 다르기 때문에 틀렸다거나, 나와 다르기 때문에 적(敵)이라는 논리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말이다. 다른 것과 틀린 것은 구분되기 때문이다. 소위 보수 기득권이 한창 기승을 부릴 때는 자신들의 주장만이 옳고, 자신들만이 이 나라의 안보를 담보할 수 있는 애국자들이고, 절반의 다른 사람들은 박멸해야 할 바퀴벌레처럼 여기더니, 이제 또 진보가 약진하자 반대로 절반을 청산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닌가라는 오해가 있는 듯하다. 포용이나 통합이라는 그럴듯해 보이는 말로 얼버무려 질 수 없는, 일소(一掃)되어야 할 적폐는 분명히 존재하며 또 반드시 격리시키거나 2선으로 물려놓아야 할 극소수의 청산 대상들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합금과 도금은 분명히 구분되는 것이며, 도금이 순금행세를 하는 것은 더 이상 허용되어서 아니 된다. 사이비 종교인, 사이비 정치인, 사이비 학자, 사이비 지식인 등 '스펙'이라는 도금 속에 감춰진 가짜들을 모두 색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들 스스로 이제 더 이상 그런 허울을 지키기 위해 억지를 쓰거나 무리하지 않음이 그나마의 현명한 행동일 터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의 불완전함은 잊어버린 채, 타인의 완벽함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형편없는 실력으로 고급 직장을 찾고, 볼품없는 조건으로 좋은 혼처를 구하기도 하며, 가당치도 않는 언변으로 남을 설득하려 들고, 한심한 인품으로 남을 다스리고자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상대적이다. 내가 있으면 남도 있음을 알아야 하고, 남이 없으면 나도 없다는 것을 왜 모를까? 청산은 쓸어 없애자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들어내자는 것이다. 이 땅에는 특정한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함이다. 서로의 존재를 발견하고 타인을 인정하면 자신도 인정될 것이 아닌가. 번갈아 칼자루를 옮겨 잡으며 상대방을 다스리려 하는 것은 청산도 아니며 교체도 아니다. 모두가 다 자신이 순금이 아님을 알아야 하고, 또 타인도 순금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모두가 도금이라는 껍질을 벗고 자신의 함량대로 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진실로 청산이며, 청산되어야 악순환을 멈출 수 있다는데 합의하도록 하자. 순금은 없지만 도금된 가짜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무거운 짐을 지기 위해 서로 싸우며 애쓰는 사람들이 안쓰럽기까지 하지만, 누군가는 져야 할 짐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