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권력은 절대적이다. 대통령제가 선진국형 권력구조는 아니다. 서구의 선진국들은 대부분 내각책임제를 선호한다. 대통령제는 대통령에게 권력의 무게가 쏠려 자칫 그 권력으로 독재가 이뤄지기도 하고 부정부패가 쌓이기도 한다.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문제가 드러나는 예도 있다. 우리는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그 폐해를 직접 경험했다. 우리나라도 수차례 대통령에게 쏠린 권력을 분산하기 위해 내각책임제로의 개헌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고 책임총리제라는 대통령제 아래에서의 권력 분산 방법도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노무현의 참여정부에서는 책임총리제를 시도했었다. 19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며칠간의 행보를 보면서 우리는 안도와 금심이 공존하는 묘한 감정을 갖는다. 우선 당선 이후 그가 보여준 행보는 국민과의 스킨십을 통한 소통과 청취의 국정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엿보게 했다. 특히 국회에서의 약식 취임식 이후 청와대로 향하는 그의 발길은 그 의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예다. 10km 정도의 속도로 달리는 전용차에서 창을 열어 길에서 환호하는 국민들에게 손을 흔들었고 더러는 차량에서 일어서서 환호하는 국민들에게 답례를 했다. 권위적 경호방식으로 보자면 위험한 일이며 지극히 개방적인 태도였다. 그가 말한 국민 대통합의 실제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또 핵심적인 인사를 발표하면서 대통령이 직접 청와대 춘추관에 나와 기자들에게 직접 브리핑을 한 것도 인상적이다. 그동안 많은 대통령은 기자들과의 접촉을 대변인에게 맡겨두고 국정을 펼쳤으며 1년에 서너 차례 공식적으로 이뤄지는 기자회견에서도 제한된 질문에 대한 지극히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우리는 그동안 기자들과 끝장토론을 벌이는 미국의 대통령들을 보면서 국민의 대변인인 기자들과의 소통을 통한 대국민 소통을 하는 시스템에 대해 부러워했다. 문 대통령이 춘추관에 직접 나와 기자들을 만난 것은 앞으로 우리 대통령이 기자를 통한 대국민 접촉을 상시화 하겠다는 의지로 보여 다행스럽다. 그러나 그가 제시한 인사에 대한 국민들의 근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낙연 국무총리를 지명한 것에서는 지역 안배와 통합을 강조한 인사였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의 인사는 지나치게 좌편향된 인물을 포진시킴으로써 보수 정치권과의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임종석과 조국은 그동안 보수진영에서는 진보 좌파로 인식된 인물이다. 대통령은 그들을 측근 요직에 앉힘으로써 적폐청산과 상식을 뛰어넘는 신선한 인사를 했다는 자평을 하겠지만 객관적인 눈높이로 본다면 그 인사는 보수 정치권과 거리를 좁히는 행보를 거부했다는 악평도 할 수 있는 계제다. 문재인호의 출항은 신선했던 것이 분명하다. 보수인사들 조차도 첫 걸음은 매우 의외의 행보여서 앞으로 기대할만 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앞으로 첫 걸음만큼 문 대통령이 상식적이고 정의로운 국정을 펼쳐나갈지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그러나 문재인이라는 개인의 인품과 그동안의 역정을 살펴본다면 과거 대통령들의 인생행로와 달라 최소한 국민들을 배신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있다. 어려운 가정에서 자라 서민들의 치열한 삶을 이해할 것이고, 민주화 투쟁으로 옥살이를 한 경험도 있으니 민주주의 수호에는 그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듯하다. 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의 인생에서 특전사 복무는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겨 국가 안보에 대해서도 좌편향 인사들의 방향과는 달리 안정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이제 우리는 그동안 국민과 유리된 채 관저에서 생활하며 비선실세와 국정을 논의했던 대통령을 떠나보내고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대통령을 뽑았다. 앞으로 국민들의 태도도 달라져야 한다. 자신과 이념적 정체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뽑아놓은 대통령에게 색안경을 끼고 사사건건 덮어놓고 반대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의 아픔과 상처를 가감 없이 보여주며 이를 위무해 주고 희망을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국민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대통령 궐위로 겼었던 외교적 수난과 안보의 위기를 극복하고, 소생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던 경제 난관을 해쳐나가는 데 국정 추진에 협조하고 고통을 나눠야 한다. 마른 행주를 한 번 더 짜는 심정으로 자기희생을 하겠다는 각오를 새 대통령에게 보여주면서 원칙과 용기, 상식이 통하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나가는데 국민이 리더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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