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500년 동안 27명의 임금 중 성군(聖君)이자 치적(治績)을 가장 많이 남긴 군주는 '세종(世宗)'이었다. 세종은 신하와 더불어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측우기와 같은 과학기구를 제작하는 등 백성들의 생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폈다. 특히 그는 군신 간에 허물없는 소통(疏通)을 하면서 조선이 번성하도록 초석을 다졌다.  그래서 역사가들은 세종을 '위대한 군주'로 기록했다. 그런 그가 왕조가 바뀌고도 수십 년이 지난 후 망자(亡者)가 된 고려의 문인 문익점(1329-1398)에게 '부민후(富民候)'라는 작위를 하사했다.  사유는 이렇다. 문익점이 '헐벗은 백성을 풍요롭게 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의 공적은 국가와 백성을 위한 지대한 공로를 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세종이 문익점을 극찬하면서 '사후 작위'를 추증(追贈)한 것은 '문익점의 가치'를 더 높이고 국가적 표상으로 삼으려는 순수한 의도였을 것이다.  비단 우리나라 뿐 아니라 중국 등 동양역사를 보면 왕조가 바뀌면 전 왕조에 대해 철저한 비판을 하면서 격하운동(格下運動)까지 벌인다. 그리고는 새로운 왕조철학을 만들어 백성에게 주입시켰다. 그러나 세종은 달랐다. 고려에서 조선으로 국가명만 바꼈지만 모두가 단군의 후손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한 통치자였다. 그리고 역사의 전통성을 계승하면서 국가발전과 위민(爲民)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었던 것을 문익점의 '부민후 추증'을 통해 알 수 있다, 문익점은 고려 말 공민왕 때 인물이다. 공민왕 12년(1360년) 그의 나이 33세에 원나라로 가는 사신단에 서장관(書狀官)으로 수행했다. 당시 고려인들의 의류 소재는 마(麻)였다. 마(麻)는 일일이 손으로 실을 만들어야 하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남성노동력이 많이 들었다.  그러나 목면(목화)은 씨아와 물레를 사용하면서 생산성이 매우 높고 여성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베로 의류를 만들었을 경우 여름에야 통풍이 잘 되어 시원함이 있었지만 겨울엔 보온(保溫)이 안 되어 베옷 안쪽에 풀잎이나 짐승의 털을 넣어 한파(寒波)를 피했다. '목면'을 소재로 해 의복을 입은 이들은 왕족과 귀족 등 특수계층의 전유물이었다. 따라서 고려 때는 목면 자급자족이 안 되어 원나라에서 수입했었다. 이같은 고려의 현실 속에 원나라 출장을 갔던 문익점이 귀국 길에 목면나무의 씨앗을 가지고 들어왔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태조 7년6월13일자에 "문익점이 중국 현지에서 길가의 목면나무를 보고 그 씨 10여개를 따서 주머니에 넣어 가져왔다"고 기록되어 있다. 당시 원나라에서 목면나무 씨앗은 '국외반출금지' 품목이었다는 설도 있었다. 그렇다면 문익점의 행위를 현대 법으로 따지면 관세법위반이나 특수절도 혐의로 중대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범죄행위'를 한 셈이다. 또한 국가 간 외교적 분쟁을 일으킬 정도의 사안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목면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 수 있는 것은 그와 관련된 이야기다. 문익점은 '목면 씨앗을 붓두껍에 숨겨왔다','상투 속에 숨겨왔다'는 등이다.  고려로 밀반입에 성공한 이 씨앗을 문익점은 장인 정천익과 재배해 생산된 씨앗을 10년 동안 전국 각지에 배포했다. 문익점이 재물욕(財物慾)으로 목화씨를 팔았다면 거부(巨富)가 되어 자손들 역시 부를 누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국가는 물론 애민정신(愛民精神)과 위민정신(爲民精神)의 일념 하에 백성들에게 무상으로 보급했을 것이다. 이어 조선왕조 초기부터 목면 생산이 대량화되면서 국가경제에 큰 기여를 했다. 즉 한반도 '의류혁명'을 일으킨 이가 문익점이며, 서민경제의 대변혁을 준 이도 '부민후'였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문 대통령은 나주 문성 문 씨로 문익점의 후손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정치,군사,외교 등 전반적인 현안을 안고 있다. 특히 경제부분은 더욱 심각하다. 때문에 서민경제가 힘들어 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의무는 헌법에도 명시돼 있듯이 국민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확보해야 한다. 문익점이 외교사절단의 직분을 망각하고 목화씨를 훔쳐온 것은 결국 애민정신의 발로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도 문익점처럼 애민과 위민으로 밤을 지새우는 지도자로 기록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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