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새로 선출된 프랑스의 청년대통령 '마크롱'은 전례 없는 내각을 구성하고 있다. 불과 39세 홍안(?)의 나이에, 더구나 국회의원 한 명 없는 정당의 대표가 대통령이 된 것도 이색적인 일이지만, 당선 이후에 그의 인사(人事)는 가히 파격적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우선 남녀 동수의 조각(組閣)에, 소위 우리의 기준으로 좌파와 우파의 정치인을 망라하여 임명함은 물론, 통상적인 정치인이나 관료출신 뿐만 아니라 기업인, 수학자나 항공기 조종사를 비롯해서 심지어 투우사 등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직종에서 인재를 등용함으로써 기존 관례를 깨뜨려 놓았다. 일각에서는 각양각색 성향의 비빔밥 내각으로 도대체 국정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라는 의문도 가질 만 하겠지만, 한편으로 그의 새로운 시도에 기대를 거는 여론도 만만치는 않다. 그런데,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왜 한 정부를 구성하는 각료나 관료들은 특정한 성분의 특정한 이력을 가진 특정계층이어야만 할 이유가 있는가? 특히 우리나라의 과거 정치사를 돌아보면, 거의 예외 없이 특정 관문 출신의 특정한 인물들로 정계(政界)나 관계(官界)가 채워져, 소위 그들만의 카르텔을 형성함으로써 특권의식을 만들고, 일반 국민들과는 정서적으로 괴리되는 현상을 심화시켜 왔다고 생각된다. 지금 대한민국 보수의 몰락은 반드시 특정 사건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기보다는, 기득권층의 과도한 특권의식과 비이성적 행태의 적폐에 의한 필연이 아닐까? 이제 지구상 대부분의 국가들이 낡은 이데올로기에 집착하지 않고, 실용적인 합리주의 노선을 택하고 있으며, 종교 역시 원리주의에 의한 극단적 행동이 외면된다. 원래 신은 인간들이 분열하여 서로 죽이고 싸우기를 원치 않았다. 종교분쟁이 신의 뜻이라기보다는 종교인들이 만든 프레임인 것처럼, 이데올로기 역시 국민들의 뜻이라기보다는 정치인들이 만든 프레임일 뿐이라는 말이다. 인류 문명의 진보는 곧 인간이 지닌 지성의 진화를 의미하는 것이며, 합리성을 상실한 체제와 사회가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은 역사가 입증해 주고 있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낡은 이념의 프레임만으로 자신들의 존립 근거를 삼으려는 사람들이야말로 세상의 변화를 보지 못하고, 시대의 조류를 역행하는 폐족에 다름 아닐 것이다. 나는 '마크롱'의 행보가 조금도 이상하거나 이색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다만 당연함이 당연하지 못함에 가려 있다가, 이제야 당연해 지는 과정으로 이행되고 있다고 생각되며, 우리 역시 새 정부에 의해 과거와는 매우 다른 분위기인 것은 사실이지만, 적재적처(適才適處) 인사(人事)가 무에 그리 놀라울 일이라는 것인가?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이해를 조정해야 하고, 다양한 업무를 관장해야 하는 정부에 다양한 분야, 다양한 지식,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등용되고 배치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이며 상식적인 인사(人事)일 뿐이며,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가지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을 수 없고, 우리나라의 보수 역시 이제 더 이상 프레임 구태정치에서 벗어나 하루 빨리 이성을 회복하고 조금은 더 합리적인 태도를 가져야 그나마의 미래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보수의 몰락을 안타까워하며 보수를 다시 일으켜 세우라 주문하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내가 보기엔 잘못된 시각(視覺)이다. 자의(自意)든 타의든, 자신에게 씌워진 보수라는 프레임만 벗어 던지면, 몰락한 사람도 없고 폐족도 없다. 왜 모두가 승자가 되는 길을 두고, 굳이 승패에 연연하여 과거 회귀를 꿈꾸고 있는가? 작금의 세계정세는 정말 만만치가 않다. 모두가 하나 되어 나라를 바로 세우면 너와 내가 다 승자가 될 것인데, 스스로 패자의 자학(自虐)에 빠져 상대를 증오하며 오로지 권력의 권토중래만을 획책한다면, 절대로 그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게 되리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