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창턱에 앉아서 비 내리는 골목을 내다본다. 전선에 빗방울이 야옹야옹야옹 맺혀 있다. 그 중 하나가 야 아 옹 떨어지기도 한다. 고양이의 투명한 눈가에는 눈곱만 남았다. -길상호 - 빗방울에서 듣는 고양이 울음'빗방울이 야옹'이란 시는, 일상에서 흔히 듣는 고양이의 단순한 울음을, 아주 낯설게 바라본 시인의 상상력이 재밌는 시다.시는 이렇게 아주 사소한 일상 속에 숨어 있다가 시인의 날카로운 통찰의 눈에 잡혀 우리 앞에 엉뚱한 모습으로 나타난다.시인은 비오는 날 고양이의 눈이 되어 창턱에 앉아 비 내리는 골목을 내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첫연, "고양이는 창턱에 앉아서/비 내리는 골목을 내다본다"는 묘사가 그렇다.2연에서 고양이는 전선에 달린 빗방울들을 보고 있다. 그런데 그 빗방울들이 달린 모습을 묘사한 부분에서 시에 반짝, 불이 들어온다."전선에 빗방울들이 야옹야옹야옹 맺혀 있다"는 것이다. 재치있고 발랄한 이미지다. 전선에 투명하게 빗방울이 야옹야옹야옹 맺혀 있다니! 얼마나 참신한 발상인가. 말의 감각적인 재미와 함께 빗방울처럼 놀고 있는 고양이들의 다정하게 어울린 모습이 연상되지 않는가. 더구나 그 빗방울중 하나가 "야/아/옹!" 소리를 내며 떨어지다니. 떨어지는 빗방울 하나에도 살아 움직이는 생명을 부여 하고 있다. 호기심과 이기심이 많은 고양이란 동물, 그 고양이에 대한 깊은 애정과 오랜 관찰이 없었다면 이런 상상력과 표현은 얻기 힘드리라. 사람은 사람의 언어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고양이는 무엇으로 생각할까? 물론 고양이의 언어로 생각하리라, 고양이의 언어는 무엇인가?우리가 생각하기로는 고양이의 언어는 단순하다. 즉 '야옹'이나 '야아옹'으로 요약이 될 수 있겠다. 고양이라고 왜 그들의 삶이 복잡하지 않겠는가. 살기위해서 그들도 얼마나 많은 노동과 눈에 보이지 않는 고민을 하겠는가. 그러나 인간의 눈과 귀엔 그렇게 단순하게만 들리고 단순하게 보일지도 모른다.이 시는 일상의 경험을 고양이의 시각으로 감각적으로 재치있게 그려내 성공하고 있다. 눈으로 잘 볼 수 없고 귀로 잘 들을 수 없는 동물과의 관계를, 그 무의미한 일상의 경험들을 생생한 경험의 세계로 확 바꾸어 놓고 있다. 고정관념이 아닌 사물을 낯설게 바라본다는 것. 시가 탄생하는 한 지점을, 그 비밀의 한 순간을 스케치 해주고 있다. 우리 집 담 위에 날마다 와서 "야옹야옹" 울어대는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울 너머 들판에서 오월 한낮을 허드레 허드레로 울고 있는 뻐꾸기 소리도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오늘은 뻐꾸기도 '야웅야웅' 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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