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고가를 산책길로 탈바꿈시킨 '서울로 7017'이 지난 20일 개방됐다. 7017의 '70'은 서울역 고가도로가 개통된 1970년의 70, '17'은 2017년에 17개의 보행길로 연결한다는 의미다. 이 길은 버려진 철길에 꽃과 나무를 심어 공원으로 만든 미국 뉴욕 '하이라인 파크'를 벤치마킹했다. '하이라인 파크'는 2.4㎞의 고가 철로에 세워진 힐링 공원이다. 1934년 화물 운송용으로 개통한 철로가 산업구조의 변화와 뉴욕 도심의 기능 탈바꿈으로 무용지물이 되자 1980년에 운행을 중단했다. 그러자 이 철로는 잡초와 쓰레기로 뒤덮여 흉물로 변했다.  철로 주변 지주들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다며 당장 철로를 철거해 줄 것은 주장했지만 시민들은 미국 산업발전의 상징적 구조물이라며 철거를 반대했다. 당시 미국의 시장은 시민 다수의 의견에 동의하고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지상 9m 높이의 폐선로에 나무와 꽃을 심고 정원과 쉼터를 조성해 2009년 개방했다. 하이라인 파크의 보행로에는 앉아서 쉬거나 아예 누워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고 공원 위를 느릿느릿 걸으면서 뉴욕의 중심가를 조망할 수 있도록 만들어 연간 6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역 고가의 철거문제가 불거지자 2014년 9월 뉴욕으로 날아가 하이라인 파크를 둘러봤다. 박 시장은 거기서 서울역 고가를 철거하지 않고 도심 속 녹지 공간으로 재생시키겠다는 구상을 한 것이다.  그래서 태어난 곳이 바로 서울로 7017이다. 퇴계로와 만리동을 잇는 국내 첫 공중 보행로인 서울로 7017에는 일자로 뻗은 길을 따라 2만4천여 개 꽃과 나무가 둥근 화분에 뿌리를 내렸고, 음식점, 꽃집, 도서관, 인형극장, 벤치 등 편의시설도 마련됐다. 서울로 7017은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건물과 연결통로 등을 통해 남대문시장, 한양도성, 남산, 약현성당 등 관광명소와도 연결된다. 서울로 7017에서는 17m 높이에서 서울역과 15차로 도로를 내려다볼 수 있다. 족욕시설과 분수대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10.3m 너비의 보행로 곳곳에 화분이 놓여 있고 고가에 설치된 유리는 추락 위험을 제거하면서도 조망의 불편을 최소화 했다. 여기에 밤이 되면 은은한 푸른 조명이 켜져 마치 딴 세상을 걷는 듯한 반전의 매력을 느끼게 했다. 서울역 고가가 차들의 길에서 사람의 길로 변신한 것이다. 경주는 서울역 고가의 변신을 강 건너 불 보듯이 하면 안 된다. 곧 동해남부선 철로 이설이 닥친다. 폐선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코앞의 문제다. 물론 다양한 의견과 계획이 있겠지만 더욱 신중하게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 물론 동해남부선 폐선부지가 서울의 경우처럼 인구밀집지역이나 시설물로 가득한 길은 아니다. 그러나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경주의 모습은 확실하게 달라진다. 경주시가 마련하고 있는 방안은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구역별 개발 구상으로 흐르는 것 같다. 이를테면 폐선부지를 구역별로 나누고 각각의 의미를 더해 개발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것은 과거의 개발 트렌드다. 현재는 사람 중심의 개발로 달라지고 있다. 걸어서 즐기는 선로형 개발이 추세다. 여기에는 시간성과 장소성을 모두 담보할 수 있다. 시민들이나 관광객들이 사라진 철로길을 천천히 걸으면서 시간을 즐길 수 있고 길을 따라 놓인 경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이라인 파크나 서울로 7017이 바로 그런 개발방식을 택했다. 철로가 이설되면서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을 상업적으로 활용하자면 당장은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취할 수 있다. 그러나 길게 봐야 한다. 구역 구역에 특이한 의미를 더해 시민 공간으로 돌려주고 나머지 공간을 상업적으로 개발한다면 경주시의 아름다운 핏줄 하나를 잃어버리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아직 시간은 남았다. 최양식 경주시장과 경주시의 많은 이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용역회사의 페이퍼 워크만 들고 개발을 결정할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제대로 된 현장을 직접 방문해 경주의 실정에 맞는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랬던 것처럼 자리에 앉아 고민하지 말아야 한다. 답은 항상 현장에 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