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야 국민들이 직접 선출하지만, 임명직 중에 가장 고위직이라고 할 수 있는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임명을 하더라도 국회 인사청문회라는 관문 통과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인사 청문회 제도가 생긴 이래, 역대 어느 누군들 잡음 없이 청문회를 동과한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고위 공직자들의 도덕성이 항상 도마에 오르는데, 털어도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정말 없는 것일까? 항간에 기준이 너무 엄격한 것이 아니냐는 사람들도 없지 않지만, 도대체 그 기준이 정말 그리도 지키기 어려운 것들일까? 병역기피,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보통 사람들은 이미 대부분 해당되지 않을 만큼 평범한 도덕성 기준일 뿐인데, 하물며 국가 지도자급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들이 매번 그런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의 기득권 상류층들이 어떤 가치관을 가진, 어떤 부류의 사람들인지 알 수가 있을 것 같다. 일반 서민들은 대부분이 건강하여 병역의무를 지키는 데, 왜 고위층이나 그들의 자녀들은 유독 병명도 갖가지에 허약체질로 군 면제자가 그리도 많을까? 그리고 서민들이야 당장 먹고 살기가 바쁘니, 부동산 투기 같은 데 투자할 돈이 있을 리도 없고, 또 워낙 소득이 빈약하니 탈루해야 할 세금이 없음은 당연하고, 변변한 자기 집 하나도 없는 사람들이 위장전입을 해야 할 사유가 발생할 까닭이 없다. 또 논문 같은 것은 아예 써 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논문 표절도 남의 나라 이야기일 것이다. 적어도 국가 최고위 공직자나 정치인이라면, 일반 서민들 보다는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데, 일반인들도 웬만하면 어기지 않을 평범한 룰조차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국정을 책임지고, 또 나라의 공직자가 되겠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려 반 년 이상이나 개점 휴업상태 같았던 국정 공백을 더 이상 방치해 둘 수도 없으니, 똥 뭍은 개가 겨 뭍은 개 나무라는 식의 파헤치기 성토도 썩 공감을 받기는 어려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내가 잘 아는 사람 중에, 석유배달업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한 번은 동내 경로당에 난방용 보일러 석유 배달을 간 적이 있었다고 한다. 기름 한 드럼을 주문 받고 탱크로리를 몰고 현장에 도착했는데, 호스를 내리고 막 주유를 하려는 순간, 경로당 회장 할머니가 뒤에서 왈, 석유를 한 도라무나 주문했는데 뭐 없는가? 하시더라는 것이다. 맨 입으로 돌아서자니, 거래처를 잃을 것 같고,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현금 만원을 '용돈하세요'하고 쥐어 주고는, 기름은 90 퍼센터만 채워주고 왔단다. 어쩌면 지금 우리사회는 계층의 구분이나 지위의 고하가 문제가 아니고, 눈곱만큼이라도 자신이 우위의 입장에 서면 소위 갑질을 하고, 너 나 할 것 없이 아무 죄의식도 없이 하는 비리가 관행화 된 그런 사회가 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죄 의식도 없이 범법을 하고, 또 전혀 자신의 죄를 알지도 뉘우치지도 못하는 사람들! 판사가 아니라 삼척동자도 판단할 만한 사실조차 전부 부인하고, 어거지 법리에 궤변을 늘어놓는 사람들! 이제 몇 사람을 처벌하고, 또 청문회를 제아무리 엄격히 해도 그것으로 세상이 달라지기는 어렵다. 우리 모두가 다 스스로 마음속의 적폐부터 청산해야 비정상이 정상으로 회복될 것이며, 정상적인 국가의 지도자나 공직자라면 당연히 털어도 먼지 한 점 나지 않는 사람들이어야 옳지 않겠는가? 청문(聽聞)을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그리고 지켜보는 사람 모두가 이번에야말로 환골탈태(換骨奪胎), 좀 자기성찰의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