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바라나시는 힌두교의 성지다. 히말라야 산맥에서 발원한 갠지스강이 인도 북부의 가파른 고원지대를 타고 흐르다가 완만한 평원지대를 만나 강폭이 넓어지고 유속이 느려지는 곳에 바라나시가 있다. 힌두교도들은 갠지스를 성스럽게 생각한다.  먼 옛날 엄청난 폭우가 쏟아질 때 힌두신인 비슈누가 긴 머릿결로 빗물을 받아 흘려보냈고 그로 말미암아 지구가 보호됐다는 설화가 전한다. 비슈누가 머릿결로 흘려보낸 물줄기는 강을 이뤘고 그것이 바로 갠지스다. 갠지스의 강물은 힌두교도들에게는 성수로 여겨진다. 남부 인도의 사람들은 바라나시를 향해 순례를 떠나고 성스러운 갠지스강물로 목욕한다. 바라나시의 갠지스 강변은 힌두의 흔적이 빼곡하다. 힌두사원이 여럿 존재하는 것은 물론 그들의 장례 방식인 화장을 직접 볼 수 있는 화장터가 세계 최대 규모로 존재한다.  밤이 되면 강변의 계단식 가트에서는 장대한 힌두의식이 펼쳐진다. 힌두 승려들은 거대한 제단을 펴고 순례를 위해 바라나시의 갠지스를 찾은 신도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방식대로 예배를 드린다. 승려들이 피워낸 횃불은 깊은 밤 어마어마한 퍼포먼스가 된다. 얼핏 보면 매우 그로테스크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히 힌두교의 성지로서의 위용을 갖췄다. 바라나시는 인도의 가장 중요한 종교적 성지이기도 하지만 최대의 관광도시이기도 하다. 힌두 자체가 인도인들의 정신세계를 표방하는 것이며 그래서 바라나시는 인도인들의 철학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대표적인 도시다. 여행자들은 인도를 방문할 때 반드시 바라나시를 방문한다. 인도 여행에서 바라나시를 빼는 것은 '앙꼬 빠진 찐빵'이 된다. 그만큼 바라나시라는 도시는 전형적인 인도의 정신문화를 잘 간직했고 여행자들에게 충분한 매력을 전달할 콘텐츠를 갖추고 있다. 강변에 늘어선 수많은 숙박업소와 손금처럼 뻗은 골목길에 들어선 식당과 카페는 여행자들이 오랜 기간 머물러도 불편함이 없도록 만들어 뒀다. 경주는 대한민국 정신문화의 고향이다. 경주에 신라 화랑정신과 문화를 재조명하기 위한 '화랑 마을'이 12월 완공된다고 한다. 지난 2013년 석장동 28만8천여㎡의 부지에 1천9억원을 투입한 '화랑 마을'은 현재 공정률이 80%에 이른다. 이 마을에는 화랑정신과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관과 화랑도를 체험하고 학습하는 풍류관, 자연 속에서 심신을 수련하는 화랑 무예체험장, 화랑공원 등이 들어선다. 여기에 교육관, 생활관, 명상관, 자연학습장, 국궁장, 생태 숲길, 한옥체험 숙박시설, 체험시설도 조성한다. 대회의실, 공연장, 야영장, 김유신의 길 등 화랑 정신문화와 연계한 힐링·체험 공간도 만든다. 경주시가 이 같은 마을을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은 민족 정신적 이념이자 실천 덕목인 화랑도 정신을 계승·발전하자는 이유였다. 그리고 경주시는 '화랑 마을'이 들어서면 인근 김유신장군묘, 금장대, 승무전 등과 연계한 체험형 교육과 휴양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연 그런 경주시의 뜻이 이뤄질 수 있을까? 근본적인 문화적 접근 방식의 착오가 비롯된 예산 낭비일 수도 있다. 문화는 인위적으로 만들고 그 안에 사람을 담는다고 해서 완성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이 자연스럽게 안착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더구나 1천년 전의 정신문화였던 화랑정신을 새롭게 재조명한다는 것은 억지로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또 화랑정신이라는 무형의 자산을 유형의 틀 속에 가두겠다는 발상 자체가 위험한 것일 수도 있다. 바라나시는 수천년 동안 이어졌던 힌두 정신을 자연스럽게 전승해온 도시다. 사람들의 생활 속에 그대로 녹아있고 골목골목에 그 흔적이 먼지처럼 쌓여 있다. 그래야 자연스럽다. 갑작스럽게 하드웨어 하나를 갖춘다고 해서 1천년 전의 정신문화가 바로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화랑문화의 현장을 자연스럽게 정비하고 거기에 이야기를 입히는 작업이 유효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예산으로 남산 기슭에 있는 화랑교육원을 재정비하고 활성화 시키는 동시에 신라의 화랑정신을 국제적으로 홍보하는데 들였으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만들어 시민들에게 눈에 띄는 업적을 만들어야겠다는 조급함이 '화랑 마을'을 만다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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