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직자 임명에 대한 인준(confirmaion) 제도의 근본취지는 오늘날의 면접과 같은 청문회 자체가 아니라 '권고와 동의'(advice and consent)를 통해 '견제·균형'을 도모하되 입법부 우위가 되지 않도록'상원'(Senate)에만 맡기며 동시에 '잘못된 임용'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잘못된 임용이란 자유·평등과 같은 미국적 가치의 실현을 위한 덕목 즉 인권보호·준법성·도덕성·성실성 등을 잣대로 평가할 때 흠결이 있는 사람이 임용되는 것을 말한다. 미국 인사청문의 중점은 중요 직위에 잘못 임용되지 않도록 미국적 가치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연방 '법관직'의 인준심사에 주어져 있다. 연방 법관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종신직인데다 불문법주의 국가로서 판결이 선례 되어 법이 되기 때문에 특히 '대법관'(Supreme Court Justices)의 사회적 영향력은 막대하다.  이 때문에 미국은 국민적 관심도 대법관 인준에 집중되고 상임위원회 중에서도 '법사위원회'(Judiciary Committee)의 청문회에 더 쏠려 있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외교위원회(Foreign Relations Committee)의 주요 대사 직위의 청문회이다. 외교관은 '미국적 가치의 대외적 실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행정부의 장관 등 '각료급 직위'(Cabinet Members)에 대해서는 상원에서도 쉽게 인준해 주는 것이 관례이다. 이들은 대통령의 보좌진으로서 그 정책 집행을 위해 뜻이 맞는 인력이 필요하고 또 길어야 4년 전후로 교체되므로 사회 근본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적기 때문이다.  각료 중에는 법무부장관(Attorney General)에 대해 관심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법무부장관은 법집행을 통해 인권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미국의 인준 성공률이 역대 각료급은 96 퍼센트 수준을 넘지만 연방 법관직과 대법관직은 78 퍼센트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인준과정에서 대통령과 정부의 흠집 내기를 넘어 계파 갈등을 낳고 의원 개인의 정치적 입지 강화의 기회로 삼거나 임용후보자를 인질(hostage)로 정치적 흥정·거래가 이루어지는 '담합통과'(logrolling)도 자주 보이고 있다. 또한 인준 지연으로 인한 정부의 비능률성도 심각히 지적되고 있다. 그래서 인준 대상 직위 축소, 절차 간소화 등을 위한 개혁이 상원 내·외에서 계속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인사청문은 미국 청문회의 외형을 차용하면서도 미국제도의 근본에 대한 고찰 없이 그 관심은 한국식으로 행정부 고위직 청문회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준 성공률은 국회에 동의 요청된 직위를 볼 때 약 90퍼센트 수준이다. 한국은 권력구조나 사법체계· 공직제도 등이 미국과 다르므로, '미국 것'을 적용하는 것은 유전자적으로 적합하지 않는 나라이다. 미국이 법관에 대해 엄격하고 국무위원에 관대한 것은 위에서 언급한 그 역사적·헌법적 배경과 사법체계 때문이다.  한국 인사청문제도는 미국과 달리 헌정 역사의 도중(2000년)에 등장함으로 인해 검증 기준과 행태 측면에서 심각한 절연적(截然的) 갈등과 천박성을 보여주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 정서에 보편적이던 현상을 오늘의 법 감정이나 가치 규준(規準)을 들이대어 재단(裁斷)하는 것은 불소급 법리를 원용하지 않더라도 상식 차원에서 무리가 있다. 인사청문회의 공격무기로서 이런 소급적 검증지표가 주로 사용되는 것은 청문회 자체의 수준 문제이다. 인신공격이나 호통 치는 것 등도 마찬가지이다. 인사청문의 '지연'과 이로 인한 국정 비능률도 문제이다. 병역 기피, 세금 탈루는 언제 것이든 아니 된다. 이것들은 예나 지금이나 용서될 수 없는 위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는 정도가 심한 것을 제외하고는 검증에서 '용서될 수 없게 된 시점 이후의 것'만 문제 삼아야 할 것이다. 그 시점을 국무위원이 청문회 대상으로 된 2005년 7월 이후로 하자는 것도 일리 있으나 완전하지 못하다. 국정원장·국세청장 등 이른바 4대 권력기관장은 2003년 1월부터 청문회 대상이 되었으며, 검증에서 본격적으로 문제시되기 시작한 것은 참여정부 때이기 때문에 2003년 3월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공직자 인사에 흥정이나 소위 대승적 차원의 양보 등은 없다. 되는 건 되는 것이고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다. 한국에도 다른 사안과 묶어 상호 교환하는 미국의 패키지(package)와 같은 이른바 '막가는 정치'(bald politics)의 물이 들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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