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의 카트만두에는 '아산초크'라는 재래시장이 있다. 카트만두의 구시가지 한가운데 있으며 왕궁으로 가는 길목에 길게 노점 형태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이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장으로 꼽힐 만하다. 아무런 편의시설이 없이 힌두사원 주변으로 넓게 퍼진 이 시장에서는 카트만두 시민들이 하루종일 북적인다. 거기에는 신발과 옷가지, 가재도구 등의 공산품을 팔기도 하고 온갖 채소와 과일, 향신료도 함께 팔린다. 카트만두 시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삶의 현장이다. 아산초크에는 물건을 팔러 나온 상인들과 그 물건을 사러 장에 나온 시민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에서 몰린 여행자들도 한꺼번에 뒤섞여 북새통을 이룬다. 희한한 일은 여행자들은 이 시장에서 넋을 잃고 머물러 있다. 아직도 지구상에 이런 원시적인 시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라고 그 시장의 정겨운 광경에 또 놀란다. 정전이 수시로 일어나는 네팔의 전력사정으로 늦은밤까지 장사를 하던 상인들이 정전이 될 경우 촛불을 켜고 장사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여행자들은 아련한 시간여행을 한다. 현대에서는 도저히 경험할 수 없는 그 낭만적인 시장풍경 앞에서 여행자들은 발길을 떼지 못한다. 물론 카트만두에 대형 쇼핑센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아산초크를 찾는 것을 좋아하고 그 시장에서 싱싱하고 값싼 먹을거리를 구매한다. 그리고 시민들은 오랜 전통과 경험으로 노천시장을 즐겨 찾고 그들에게 있어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포인트가 됐다. 그리고 여행자들에게는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최고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왜 그럴까? 시장은 바로 그 곳 사람들의 숨소리가 가장 잘 들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 도시의 시장이 가진 모습은 결국 그 도시의 시민들의 삶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그러므로 시장은 가장 순수한 모습으로 남아 있어야 하며 인위적으로 가꾸면 그 모습은 뒤틀린다. 카트만두의 아산초크와 비슷한 모습을 가진 시장들은 라오스에서도 볼 수 있다. 라오스는 아침시장이 유명하다. 해가 뜨기도 전에 도심 외곽의 고산족들이 밤을 새워 산을 내려와 시장에 닿는다. 그리고 그들이 가꾼 온갖 채소와 향신료, 심지어는 산에서 잡은 박쥐와 오소리는 물론 구렁이까지 내다 판다. 라오스는 냉장시설이 발달되지 않아 아침시장에서 하루치의 먹을거리를 장만한다. 그래서 라오스의 음식들은 대체로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진다. 우리의 시장은 어떤가? 서울과 대구, 경주와 여수가 같은 모습이다. 서민들의 숨결이 가장 잘 드러나는 시장이 어느 도시를 가나 같은 모습이니 차별화해서 관광 상품화 할 방법이 없다. 천편일률적인 점포에 물건을 채워놓고 파리를 쫓고 앉아 있으니 여행자들이 다가와서도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고 만다. 예전의 염매시장이나 중앙시장은 자취를 감춰버렸다. 그러니 도무지 이걸 두고 관광상품화 하겠다는 자체가 오류다. 그뿐만 아니다. 중국시장이나 한국의 시장이나 다를 바가 없다. 상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은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고 할지 모른다. 아케이드를 덮고 단일화된 간판을 내걸어 잘 정돈된 모습을 보여줘야 소비자들이 몰린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당장의 문제에 불과하다. 물론 낡고 쓰러져 가는 시설은 보수해야 하겠지만 몰개성으로 치닫는 현대화 사업은 정부가 예산을 준다고 해도 손사래를 쳐야 한다. 소비자가 몰려야 물건이 팔리고, 관광객이 기웃거려야 소문이 난다. 상인들이야 생업에 매달리다 보니 세계의 명소를 찾아갈 여유가 없다고 치자. 그래서 비교를 할 수 없다고 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지자체의 공무원들은 덮어놓고 현대화 사업을 종용하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관광산업 발전 정책은 이제 책상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안목을 키워야 하고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과거부터 내려온 관습대로 지원금만 던져주면 관광산업이 크게 발전할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시장이 살아야 도시의 관광산업도 산다. 이건 세계적인 트렌드다. 아무리 잘 갖춰진 콘텐츠로 여행자들에게 상품을 내놔도 사람들의 생생한 숨결이 빠진 박제된 상품은 외면당한다. 시장이 해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