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대통령이 우리 역사의 상고사에서 빠진 가야사를 연구복원하는 과제를 주요 국정아젠다에 삽입하도록 지시한 것을 두고 학계와 정부일각에서 찬반양론이 일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 문제의 쟁점은 가야사의 연구복원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고 연구복원의 주체가 학계가 되어야할 것인지, 행정부서가 되어야 할것인지를 두고 이견이 노출된 것이다. 학계는 가야사 복원이 한문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정치권력이 주도해서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고 정치권과 행정부 일각에서는 전문영역이 아닌 쪽에서 아젠다를 선정하는 것이 오히려 객관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어느쪽 주장이 옳은지에 대해선 한마디로 잘라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역사문제에 대한 정치권력의 개입은 부작용만 낳기 일 쑤였고 오히려 국민들의 역사인식에 왜곡된 흠결만 남긴 경우가 적지않았다. 그 사례로 박근혜정부의 국정역사교과서 채택문제는 국론분열만 가져왔을 뿐 당초 정부가 의도했던 좌편향역사기술을 시정도 못한채 예산만 낭비하고 무산되고 말았다. 이전에도 정부에 의한 가야사복원의 시도가 있었지만 역사연구의 성과 보다 관광목적의 시설사업예산 따기에 매달리는 지자체의 행태 때문에 바람직한 결과를 내지못하고 중단되고 말았다. 이번에도 문대통령의 가야사연구복원 취지는 잃어버린 우리의 상고사를 되찾는다는 목적 외에 가야의 영역이 경상도와 전라도 동부에 걸쳐 있었기 때문에 지역감정의 근원적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가야사의 연구복원은 역사학계와 민족의 숙원이었고 이와 함께 우리역사에서 발해사도 정당한 위치에 놓이게 해야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상고사의 시대구분도 신라, 고구려, 백제의 삼국시대로 불러왔던 것을 가야를 포함해 4국시대로 불러야한다는 것이고 통일신라시대도 발해를 포함해 남북국시대로 해야한다는 주장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가야사는 과거 일제강점기에 식민사관에 부역한 일본의 어용사학자들이 임나일본부설을 조작해 한반도가 상고시대부터 일본의 식민지였다는 주장을 펴면서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가야사에 대한 우리학계는 이같은 임나일본부설에 대한 일제학자들의 허구성을 입증하는 대외관계분야의 연구에 집중하다가 근래에 이르러 가야지역 유적발굴 등의 성과로 가야사의 독자적 실체에 접근하게 되었다. 이같은 추세에 맞추어 정부의 가야사연구지원이 학계의 논의에 따라 이루어진다면 가야사의 정상적 복원이 가능할 것이고 정부의 지원도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야사가 복원된다고 해서 영호남의 지역감정이 근원적으로 해소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성급한 발상일 수 있다. 이미 신라의 삼국통일이후 우리 역사의 정통이 통일신라를 계승하는 것으로 보아왔는데도 정치권이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통일신라를 폄훼하는 등의 태도를 보임으로써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었다. 이 때문에 신라왕경복원사업 등이 늦어져 국가적 정통을 부각시키는 사업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백제사의 연구복원이 활발하게 진행되어 많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지역간 정서적 갈등은 제자리에 맴돌고 있다 해도 과언이아니다. 가야의 흥망과정에서 신라, 고구려, 백제, 왜 등 주변국의 침략과 동맹관계를 보면 각국의 정치세력간에 많은 갈등과 마찰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같은 갈등의 역사는 또 다른 현재의 지역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야와 관련된 관광사업의 투자유치문제로 지자체간 갈등의 불씨도 될 수 있다. 가야사 연구복원이 새로운 지역갈등을 만들지 않으려면 정치중립적 방법으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