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VR산업만을 두고 제4차 산업혁명이라 하는 것은 아니지만, VR이 우리의 미래생활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무리 떠들어도 시간이 부족하고 지면이 부족할 따름이다. 흔히들 VR이라고 하면, 무슨 입체영화나 비디오 게임을 연상하기 쉽지만, 그런 종류의 오락성 매체로써의 기능성만을 두고 VR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며, 짧은 미래에 우리는 현실공간 보다는 가상현실 세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고, 더 많은 경제활동까지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단순한 예측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얘기가 하고 싶은 것이다. 가상현실 생활은 미래가 아니며 이미 현실화되어 있고, 정말 짧은 장래에 우리는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의 모호한 경계 속에 있게 될 것이다. 이미 해는 중천인데, 어두운 커튼으로 창문을 가려놓고 잠에서 깨지 못한 사람들은 아직 동창이 밝은 줄을 모른다. 제4차 산업혁명은 제3차 산업혁명에 이어지는 변화이긴 하지만, 전혀 다른 것일 수 있다. 즉, 과거의 정보통신혁명이 전 세계를 하나의 동일한 통신망으로 묶어 놓고, 하드웨어적인 인터페이스를 통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보교환 시대를 열었다고 한다면, 제4차 산업혁명은 가상현실이라는 인터페이스를 통해 사람과 사람은 물론,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을 모두 하나의 통신망에 통합해 버림으로써, 가상공간 내에서 지금 자신이 상대하고 있는 대상이 인간인지 어떤 사물인지조차 구분하기가 쉽지 않게 된다. 마치 ARS서비스를 처음 대한 사람이 기계를 향해 '여보세요'를 외치듯이…. 시간이나 공간의 제약이 없는 원격통신 내에, 원격제어 기술이 인공지능과 함께 융합됨으로써, 이후 사람이 직접 할 일을 찾기가 마땅치 않고, 이 대로라면 아마도 기존 일자리 고수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고사하고,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전혀 할일 없는 잉여인간(剩餘人間)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하기야 따지고 보면, 지금도 직접 생산에 종사하는 사람들보다 오직 타인의 가치 생산에 기생(寄生)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더 높을 것만 같은데, 이제 다가올 미래에는 그런 기생소득 직종도 존속되기가 어려울 전망이고 보면, 어느 누구라도 현 상황이 강 건너 불이 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누군가는 그렇게 지키려고 애쓰던 정권을 결국 지켜내지 못했듯이 현재 자신이 가진 자리나 기득권은 지키려고 해서 지켜지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지키기를 포기하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순응하는 자만이 자신을 지킬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까지 그래왔으니까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생각하여 수구(守舊)를 고집하며 변화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금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 변화의 물결은 결코 한 때의 유행 같은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인류가 전혀 경험하지도 상상하지도 못한 새로운 충격으로 닥아 섰고, 아마도 금세기 내에 전혀 새로운 종류의 인류(가칭 Homo smartens)를 탄생시킬 가능성이 거의 백 퍼센터에 가깝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물론 국가정책도 빨리 바뀌어야 하지만, 먼저 자신이 달라져야 하고, 우선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부터 바꾸는 노력이 절실한 때다. 이제 점진적인 변화를 기다리기에는 이미 때가 너무 늦어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발상의 전환이 없으면 우리는 시대의 낙오자가 될 뿐만 아니라 그나마 가진 아무 것도 지키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거듭 강조하고 싶은 것이 지금 나의 심정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