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1호기에 대해 영구정지 운영변경허가안을 의결한다" 이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가 지난 9일 한수원 고리원전 1호기(이하 '1호기')의 수명연장에 대한 최종 결정이다. 현직 대통령을 파면케 한 헌재의 선고와 같은 위엄성과 위력을 드러낸 결정문이라 할 수 있다. 이로써 '1호기'는 우리나라 원전사(原電史) 속으로 사라지는 절차를 밟았다. 19일 0시 대한민국 경제 및 원전사의 한 획을 긋고, 오늘의 대한민국 삶을 있게 한 1등 공신 '1호기'가 생을 마감했다. 1호기는 40년이란 긴긴 시간 동안 국가와 국민을 위해 숨 가쁘게 일만 했다. '더 일할 수 있는데' 라는 의욕도 과시했지만,원안위는 새 정부의 탈핵 정책에 따라 전역(轉役)을 명했다. 1호기가 이 결정에 묵묵히 따르는 것을 보면 '참 기특하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런 불평도 불만도 표현하지 않고 우리의 곁을 떠나니 가슴이 뭉클해 진다. 40년 전을 거슬러 가면 1호기는 출범 전후에 '제3의 불'이라며 극찬과 애정까지 받았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잦은 고장으로 인근 주민들로부터 갖은 멸시를 받았다. 거기에다 환경단체로부터 몰매를 맞으면서도 천직(天職)인양 일만 했다. 특히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태이후 당시 야권과 언론, 환경단체,주민들로부터 언제든지 돌변할 수 있는 야수(野獸)로 인식되는 등 안락사(安樂死)를 종용받는 모멸감 덩어리가 됐다. 친·반 원전을 떠나 이 1호기는 우리 대한민국의 영욕을 함께한 역사적 산물이다. 1호기가 대한민국 경제 그리고 사회에 끼친 영향은 무궁하다. 그래서 그의 '퇴임'을 축하와 함께 박수를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1호기는 우리나라의 최초 원자력발전소이자 원전 장자(長子)인 셈이다. 지난 1977년6월19일 첫 상업운전 당시 국내 전력수급상황은 형편없었다. 대형산업시설이 있어도 전기공급이 안되면 무용지물이다. 그렇다면 당시는 3공화국 시절인데, 그 당시만 해도 국내 대형사업장은 손가락 꼽을 정도였다. 포스코나 현대자동차 등은 걸음마 단계였다. 지금 물질풍요 속에 사는 젊은 세대들은 에너지 자원의 소중함과 중요성에 대한 감각은 떨어진다. 50대 후반의 기성세대들은 '오일 쇼크(oil shock)'와 중동이란 국가의 위력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 60년대 부터 중동 국가간에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이면적 이유는 종교도 있지만,궁극적으로 '석유 쟁탈권'이었다. 1973년 10월 제4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OAPEC(아랍석유수출국기구)에 가맹한 아랍 산유국들이 석유를 무기화하는 전략을 발동했다. 대량 감산과 대미금수(對美禁輸)를 단행해 세계가 석유 부족에 직면했다. 아라비아 만안(灣岸) 6개국은 원유공시가격을 단기간 동안에 4배에 가까운 원유가격 인상은 감산에 의한 물량부족과 함께 세계경제를 강타, 심각한 불황과 인플레를 가져왔다. 이것이 '오일쇼크'다. 석유 한 방울 안 나오는 우리나라는 직격탄을 맞았다.'차량 부재운행','주유소 기름 제한 판매' 등 정부는 연일 대책을 쏟아냈다. 심지어 원유의 원활한 확보와 관련된 당시 루머다. 정부 측은 "중동 산유국과 국제 축구대회는 우리 국가 대표단에게 '져라' "라는 오더까지 내렸다는 설마저 나돌았다. 그래서 당시 정부는 차세대 에너지로 원전을 도입하게 된 것이고 그것이 '1호기'다. 1호기 가동으로 인해 부산,울산 등 동해안지역 경제가 급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조선,자동차,화학,철강 등 국가 기간사업장이 조성되면서 '작업복'의 물결이 넘치는 등 경기가 호황을 이뤘다. 어찌 보면 국내 경기 활황의 첫 신호탄은 1호기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후 1호기 동생인 월성1호기가 태어나고 후속기가 속속 가동하는 등 대한민국이 본격적인 원전시대를 맞으면서 급성장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원전은 핵(核)을 다루는 시설이기에 노후되면 사고가 날 우려가 있다.그래서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위해 폐로(廢爐)를 결정한 것이다.이 1호기를 필두로 한 후속기도 폐로가 된다.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 경제부흥은 '고리 1호기'부터라는 것을 역사는 기록할 것이다. 그 노고에 대해 정부는 최고의 훈장(勳章)을 수여해야 한다.그간 수고했다.고리 1호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