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을 여행할 때였다. 내가 이란으로 여행을 떠나겠다고 하니 주변에서 한결같이 말렸다. IS의 소굴로 가서 어떻게 하려냐는 것이었다. 중동을 화약고로 생각하고 이란을 그 중심으로 착각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란은 여행하기에 가장 안전한 나라 중 하나다. 철저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살아가고 손님을 신과 같이 모시는 국민성이 돋보인다. 이스파한에서 쉬라즈로 가기 위해 버스표를 구입하고 보니 출발하기까지 4시간이 남아 있었다. 나는 그 길게 남은 시간에 미처 다녀보지 못한 이스파한의 곳곳을 더 살펴보기로 했다. 바자르도 기웃거리고 동네의 작은 모스크도 찾았다. 그러다가 출발시간이 임박했다. 급하게 택시를 잡고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아슬아슬하게 도착해서 이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고 예상한 요금을 던지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가 출발하려 운전자가 시동을 걸자 누군가가 급하게 버스로 올라와 두리번거렸다. 나를 태워준 택시 운전자였다. 그는 나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나는 혹시 요금이 적어서 더 받으려 온 것인가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내게 내가 낸 요금의 절반을 돌려주면서 "너무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 사내의 모색을 살펴보면서 나는 감동했다. 그리고 나는 말했다. "나머지는 당신의 신이 당신의 성실함의 대가로 준 것이다. 그러니 그 돈은 당신 것이다" 세계의 여행지를 돌다보면 바가지요금과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여행 기분을 망가뜨리기 일쑤다. 분명히 약속을 하고 택시를 탔음에도 도착하고 나서는 엉뚱하게 더 많은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후진국일수록 그런 예가 많고 유럽에서도 심심찮게 일어나는 일이다. 한때 우리나라도 바가지요금으로 국가적 이미지가 실추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택시가 그랬고 유원지의 각종 물가가 그랬다.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가격이라면 이해가 되겠지만 터무니없는 가격에는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말싸움을 벌이는 경우가 있었다. 이제는 그런 모습이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그 관행은 여전히 남아 있는 곳이 있다. 여름철 피서지가 유독 그렇다. 해변에 텐트를 칠라치면 누군가가 다가와서 자릿세를 내라고 종용하고 계곡에 돗자리를 펴더라도 자릿세는 내야 한다. 마치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아먹는 격이다. 이란의 국민들은 비교적 정직했다. 그들은 외국 손님을 자신의 집에 초대해 밥을 먹이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헤매는 외국인 여행자를 발견하면 차에 태워서 목적지까지 데려다 준다. 물론 이란은 아직 외국인 여행자들이 많지 않아 특별한 친절을 베푸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국민들에 대한 이미지가 이란에 대한 전체적 인상을 좋게 갖게 만든다. 아무리 국력이 우수하고 문화가 화려하다 하더라도 걸핏하면 소매치기에, 잠시 엉뚱한 생각만 하면 바가지요금을 안기는 나라는 상대적으로 인상이 나쁠 수밖에 없다. 경주는 우리나라의 대표 관광지다. 작년 지진 이후 발길을 끊었던 여행자들이 올해 들어서는 부쩍 늘었다. 그들이 경주를 방문해서 가지고 갈 인상은 전적으로 시민들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주의 시민들은 비교적 온순하고 친절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경상도 사람 특유의 무뚝뚝함은 있지만 다른 관광도시에 비해 시민들이 악착스럽지 않고 외지인들에게 친절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경주에서 바가지요금을 만나는 일은 거의 없다. 시민정신이 엄청나게 성숙한 것이다. 유적지에서나 유원지에서 시민들이 베푸는 온정도 다른 도시에 못지않다. 이제 국제적인 도시로 나아가는 일만 남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국인에 대한 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시민들의 외국어 실력이 그 정도에 미치지 못하지만 가능하면 그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언어는 수단일 뿐 마음으로 베풀면 그 따뜻함이 전해진다. 경주는 세계 어느 여행지보다 고요하고 깨끗하다. 우리와 모양새가 많이 닮은 중국의 시안이나 일본의 나라에 비해서도 청결하고 고요하다. 시가지 전체가 여행자들이 천천히 걸어다니면서 즐기기에 적합한 구조다. 시민들의 작은 노력이 경주를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만드는데 지렛대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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