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내 운흥동에 있는 안동역이 머지않아 노하동으로 옮겨 가게 됨에 따라 운흥동 역사부지가 남게 된다. 안동시민들은 이 부지의 재활용 방안을 두고 공개토론을 벌인 적이 있다. 안동역사 부지를 어떻게 재활용하는 가에 따라 안동은 공동화 되어가는 구도심이 활성화되어 이 지역 상권이 되살아나고 주민의 생업이 윤택해지고 지역경제가 되살아 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역사부지로 오로지 지역 경제 살리기에만 치중하고 있어 보인다. 워낙 이 구도심지역의 경제가 열악하기 때문인 것이리라. 주상복합 아파트를 짓자, 놀이공원을 만들어 사람들을 불러들이자, 철도 교육기관을 유치하자 등등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었다. 앞으로도 수차례 이 문제로 백가쟁명이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우리 안동인들이 역사적으로 지켜온 가치는 경제가 아니라 정신이었음을 잊고 있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왜 아무도 이 기회를 이용하여 안동을 진정한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로 자리매김할 생각을 않는 것일까? 안동이 이미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하여 더 이상 보완할 점도 부족함도 없단 말인가. 안동이 선도하는 선비정신, 구국정신이 이제 세상을 교화하기에 충분하여 더 이상 본부의 기능은 무의미하다고 판정이 났단 말인가. 아니면 처음부터 안동을 정신문화의 수도라 자칭한 것은 시민의 생각과는 동떨어진 관제 표어였던 것인가. 안동의 과거를 보면 나라 안에 안동만큼 훌륭한 정신문화를 꽃피운 지방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오랜 민간신앙이 그렇고, 예법이 그렇고, 안빈낙도의 삶이 그렇고 사찰과 서원, 내방가사, 협동학교, 독립투사?등은 우리의 지난 시대를 대표하는 정신문화현상으로서 타 지역에 비해 자랑거리로 내세울 수가 있었다. 그러나 '수도'란 명칭이 뜻하는 바는 현재진행형이라야 한다. 오늘의 안동 어디에서 전국적으로 두드러진 정신현상이 나타나 있단 말인가. 오늘 누가 의인이며 누가 애국자며 누가 교육자며 누가 정신적지도자란 말인가. 시설로만 보더라도 우리에게 국내 최고의 학문과 종교기관이 있는가, 인근 도시보다 더 큰 대학과 도서관이 있는가, 예술관이 있는가. 인간의 정신을 다루는 그 어느 시설도 타 도시에 비해 크거나 나은 게 없는 게 우리 안동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고 온 도시의 관문과 관공서 건물과 버스에까지 써서 달리게 하고?있다. 그러고는 지금 엉뚱하게 경제 활성화만 부르짖는다.▲두 마리 토끼를 다 잡자 이왕 우리 안동을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고 표방했고 그것이 비록 실상은 아니지만 희망사항이기는 한 것이니 과거의 업적을 바탕으로 오늘 날에 꽃피워 본다는 것은 후예로서 매우 바람직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경제난을 극복해야 만하는 것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니 이것을 도외시하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안동의 정신문화도 되살리고 지역경제도 살리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도시재생방법을 택해야 할 것이다. 지역경제를 살리는 관건은 이구동성으로 사람이 많이 모이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긴 하다. 그런데 도때기 시장판을 만들면 정신문화가 들어설 틈이 없어진다. 어떻게 하면 경제적으로 윤택하고 품격 있고 존경받는 고장으로 만들 것인가. 정신문화를 이끄는 대표적인 것은 서적이었고 지난 시대엔 재래식 도서관이었고 현대에 와선 종이책과 컴퓨터 즉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는 도서관일수 밖에 없다. 도내에서 가장 큰 타도시가 추종을 못 할 만큼 큰 도서관을 지어야한다. 종이책만이 있는 도서관이 아니라 도서관 자료에는 영화필름도 포함되는 것이니 당연히 영화관도 여러 개 있어야하고 미술전시관, 문중유물관, 어린이도서관, 학생도서관, 성인도서관, 외국어 책 도서관, 헌책방, 출판단지 그리고 북카페, 운동시설, 구내식당 등 독서인을 위한 모든 편의, 복지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하여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드는 한국정신문화의 아카이브를 만드는 것이다. 필자는 오래전 일본의 한 소도시의 도서관에 들린 적이 있다. 열람실에 들어섰을 때 거기에 홀 가득 머리가 허연 일반 노인들이 낮 시간에 독서삼매에 빠져 있는 것을 보았다. 수험생들만 드나드는 한국의 도서관과는 너무 대조적이었다. 식당을 유료와 무료로 나누어 지어서 수익도 챙기고 무료급식 봉사도하여 누구나 도서관에 가면 배고프지 않게 배려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하면 사람이 모일 것이다. 안동지역을 관광하러오는 청소년을 위해 유스호스텔을 짓고 임하호에서 물을 끌어 들여 대규모 풀장을 운영한다면 이 역시 교육도시, 관광도시, 물의 도시의 면모를 드러내게 될 것이다. 주차장을 지하에 넣고 도내 최고층의 빌딩을 지어 이 모든 시설을 포함시키고 전망대에서 안동시의 동서남북을 조망할 수 있도록 랜드마크를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모처럼 안동역사가 옮겨 가게 되어 안동이 지식산업을 통해 명실공히 한국정신문화의 수도가 되고 사람이 모여들어 경제가 활성화될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